174. 님아 오쇼그려/ 작가 미상
[원본]
님아 오쇼그려 낸들 아니 불상한가
빈 방 찬 자리에 게 별 무어 던진든키
아마도 殘弱한 人生이 사리지다 (하노라)
[역본]
임이여 오시구료 왜 나인들 안 불쌍헤
빈 방에 찬 자리로 게 발 물어 내던지듯
아마도 가냘픈 삶이 살아질 것 같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오쇼그려’는 ‘오시구료’라는 뜻이라고 본디. 내가 불쌍해서라도 와 달라는 간절한 애원이 들어 있다. 느리워하며 애를 태우는 내가 왜 안 불쌍하냐는 불만의 소리도 느껴진다. 그러나 불쌍해서 돌아올 임은 없다. 다만, 정이 있어야 돌아오는 법이다. 정이 모두 식어 버리면 보기도 싫어진다. 그게 이 사랑의 법칙이다. 중장으로 간다. ‘게 별 무어 던진든키’는 무슨 뜻인가? 이건 속담을 알아야 한다. 속담에 ‘게 발 물어 던지듯’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볼 일 모두 보았다고 내던져져서 외롭게 된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빈 방에, 그것도 찬 자리에 있는 것만도 처량한 일인데, 게 발 물어 던지듯 쓸모 없게 버려졌다는 사실이 아픔을 준다. 속담을 여기 끌어다 쓴 솜씨가 보통은 넘는다. 종장을 본다. ‘殘弱한’이 좀 의아하다. 아무래도 이는 ‘孱弱한’을 잘못 기록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즉, ‘인생’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가리킨다. 그래서 나는 그저 ‘삶’이라고 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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