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이리 뵈온 후에/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1. 13. 07:19

207. 이리 뵈온 후에/ 작가 미상

 

[원본]

 

이리 뵈온 후에 또 언제 뵈오려니

相逢卽別하니 不如不相見이로다

에 또 다시 만나면 緣分인가 하노라.

 

 

 

[역본]

 

이렇게 뵌 다음에 또 언제 뵐 수 있나

뵌 후엔 곧 떠나니 못 뵌 것만 못하구나

이담에 다시 뵈오면 연분으로 여긴다.

 

 

 

[감상]

 

  초장으로 간다. 처음부터 아주 진지하다. ‘뵌다.’라는 말은 높여서 하는 말이다. 세상에 임을 안 높이고 또 누구를 높일 것인가? 그래서 본다.’가 아니라, ‘뵌다.’라고 했다. 임은 가장 소중하다. 내 몸과 내 마음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말 한 마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성심과 성의를 다해야 한다. 그 마음이 여기 담겨 있다. 이렇듯 어렵게 뵈었으니, 또 언제 뵐 수 있는지를 엄숙하게 여쭈고 있다. 중장을 본다. ‘상봉즉별만나지마자 곧 이별하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불여불상견만나 보지 않은 것만 못함을 나타낸다. 뵙자마자 곧 걸음을 돌리시니 차라리 뵙지 않으니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 요새 말로 한다면 감질난다.’라는 뜻일 것 같다. ‘감질나다.’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가 타는 마음을 말한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남녀가 헤어져서 이담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작가는 연분으로 규정해 버린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