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이리 하야 날 속이고/ 작가 미상
[원본]
이리 하야 날 속이고 저리 하야 날 속이니
怨讐 이님을 니졈즉 하다마는
前前에 言約이 重하니 못 니즐가 하노라.
[역본]
이렇게 날 속이고 저렇게 날 속이니
이 원수 이 내 임을 잊을 만도 하다마는
예전에 한 말 중하니 못 잊을까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이렇게 날 속이고 저렇게 날 속이니’는 ‘어떤 방법으로 그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속이고 저러헤도 속인다.’는 말이다. 임을 철썩같이 믿는 사람이라면 아무말을 해도 속아 너어갈 듯싶다. 속이는 방법은 많다. 속이자고만 든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참으로 야속한 일이다. 믿는 사람, 아니 믿고자 하는 사람에게 속임을 당한다는 게 얼마나 술픈 일인가. 중장을 본다. 속임을 여러 번 당하고 나면 원수라는 생각이 들겠으나, 결코 잊지는 못한다. 상식적으로 그리 못 믿을 임이라면 잊는 게 당연한 일이다. 잊을 만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을 속인 임이라도 쉽게 잊지 못한다. 그 까닭이 종장에 있다. 그러면 이제 종장으로 간다. ‘언약’은 ‘말로써 약속함’이다. 약속의 그 말이 무거우니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좋아할 때에 한 말이야 모두가 달콤하다. 그러나 마음이 변하고 나면 그 말들이 모두 허사다. 그런데도 그 말을 중하게 여긴다니 나는 할 말이 없다. 모두 업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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