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이리 뵈온 후에/ 작가 미상
[원본]
이리 뵈온 후에 또 언제 뵈오려니
相逢卽別하니 不如不相見이로다
이 後에 또 다시 만나면 緣分인가 하노라.
[역본]
이렇게 뵌 다음에 또 언제 뵐 수 있나
뵌 후엔 곧 떠나니 못 뵌 것만 못하구나
이담에 다시 뵈오면 연분으로 여긴다.
[감상]
초장으로 간다. 처음부터 아주 진지하다. ‘뵌다.’라는 말은 높여서 하는 말이다. 세상에 임을 안 높이고 또 누구를 높일 것인가? 그래서 ‘본다.’가 아니라, ‘뵌다.’라고 했다. 임은 가장 소중하다. 내 몸과 내 마음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말 한 마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성심과 성의를 다해야 한다. 그 마음이 여기 담겨 있다. 이렇듯 어렵게 뵈었으니, 또 언제 뵐 수 있는지를 엄숙하게 여쭈고 있다. 중장을 본다. ‘상봉즉별’은 ‘만나지마자 곧 이별하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불여불상견’은 ‘만나 보지 않은 것만 못함’을 나타낸다. 뵙자마자 곧 걸음을 돌리시니 차라리 뵙지 않으니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즉, 요새 말로 한다면 ‘감질난다.’라는 뜻일 것 같다. ‘감질나다.’는 ‘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가 타는 마음’을 말한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남녀가 헤어져서 이담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작가는 ‘연분’으로 규정해 버린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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