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이몸 할 일 업서/ 작가 미상
[원본]
이몸 할 일 업서 處處의 다 가노라
江山도 오라하고 風月도 보쟈한다
다만지 이내 마음은 님을 보려 하노라.
[역본]
이 몸이 할 일 없이 곳곳으로 다 다닌다
강과 산 오라 하고 바람과 달 보라 한다
오로지 이 내 마음은 임 보려는 그것뿐.
[감상]
초장을 본다. 할 일이 없어서 곳곳으로 다니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곳곳으로 다니는 게 아주 큰일이다. 여행을 다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곳곳을 영상으로 찍어서 내놓는 소위 ‘유튜버’는 큰 돈을 벌기도 한다. 세상이 참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다. 곳곳마다 다닐 수만 있다면 그게 큰 행복이다. 중장으로 간다. 강이 오라고 하고 산이 오라고 한다. 그 경치를 뽐내고 싶은가 보다. 낮에 가야 하는 곳은 강이나 산이다. 그러면 밤에 보러 갈 곳은 어디인가. 바람이 부는 곳과 달이 뜨는 곳이다. 이 또한, 산과 강이 아닐까. 아니지. 바람과 달을 보려면 경치가 좋은 곳보다는 한적한 곳이 좋을 성싶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다만지’는 ‘다만’을 가리킨다. ‘오직 그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종장 첫 소리걸음은 반드시 세 음절이어야 한다. 그래서 ‘다만’과 뜻이 어울리는 ‘오로지’를 골랐다. ‘오로지’는 ‘오직 한 곬으로’라는 말이다. 내 마음은 임을 보려는 것. ‘근화악부 50’으로 잘 수록되어 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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