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이리 혜고 저리 혜니/ 작가 미상
[원본]
이리 혜고 저리 혜니 속절 업슨 혜만 만희
險구즌 人生이 살고져 사란난가
至今에 사라 잇기난 님을 보려 함이라.
[역본]
이리저리 헤아려서 속절없이 헤아림뿐
너절한 사람 삶이 살고 싶어 살았는가
지금에 살아 있기는 임 보려고 하기에.
[감상]
초장을 본다. ‘혜다.’는 ‘생각하고 계산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헤아림만 계속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게 속절없이 헤아림만 하는 것. 사람이 생각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생각을 하되, 그게 결정이 났으면 곧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논어에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고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이 있다. 즉,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에 어둡게 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배운다,’라는 게 바로 행동이다. 중장으로 간다. ‘險궂은’은 ‘구질구질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이를 ‘너절함’이라고 풀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양이 구질구질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살려면 비굴하게 굴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아첨도 한다. 너절하다. 종장을 본다. 그렇지만 참고 사는 까닭은 ‘임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는가? 물론, 말이 된다. 그립기도 하려니와, 따질 일도 있는 게 아날까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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