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서귀포 귤밭/ 김 재 황

시조시인 2024. 1. 29. 06:24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서귀포 귤밭

 

                                              김 재 황

 

자리가 좁은 나무는 바람 딛고 일어선다

가지를 불쑥 내밀며 불거진 작은 외침

뜨거운 빛 한 자락이 잎새 끝에 떨어진다.

 

돌담 넘는 물보라가 서슬을 세우며 가고

구름이 내려앉으면 가슴을 뒤덮는 강물

파랗게 위엄을 일으켜 숲이 숲을 이끈다.

 

하늘을 밟고 올라 쿵쿵 가슴 뛰는 소리

일제히 초록 깃발 펼쳐 보인 귤밭이여

지금껏 참아 온 꿈이 꽃과 함께 타오른다.

 

 

(시작 노트)

 

  그러나 나는 시()를 포기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중책을 맡을수록 내 시간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작더라도 내 농장에서 자유롭게 일하며 시를 쓰고 싶었다. 19738, 나는 그 때에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있었지만, 끝내는 사표를 내고 말았다. 그 일로, 바느질을 하시고 계시던 장모님이 어찌나 놀라셨던지 바늘에 무릎을 찔리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결혼식을 올렸고, 나는 농장을 마련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였던가. 나는 제주도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전격적으로 서귀포에 조그만 귤밭을 구입하게 되었다.

  집도 서귀포에 구했는데, 한라산이 한눈에 바라다보였다. 나는 이 귤밭에 잡감포를 마련한 다음, ‘네이블을 비롯하여 레몬’ ‘하귤’ ‘팔삭’ ‘금감’ ‘지각등의 여러 품종을 구해다가 심어 놓고 애지중지하였다.

또 집의 정원에는 꽃치자나무’ ‘비파나무’ ‘겹동백등을 식재해 놓고 우정을 나누었다. 그뿐만 아니라, 천지연의 담팔수와 서귀포 시청 앞마당의 먼나무등도 사귀었다.

  제주도에 살면서 비로소 문학에 대한 꿈도 조금씩 펼칠 수 있었다. 열심히 틈이 나는 대로 작품을 썼다. 작은 성과는 있었다. , 1978년에 불교신문 신춘문예, 1983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1985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에서 최종심에까지 오르곤 했다. 결단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배수진을 치지 않고는 밥도 죽도 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오늘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에 발을 치고/ 김 재 황  (2) 2024.02.02
낙성대에서/ 김 재 황  (1) 2024.01.30
신불산에서/ 김 재 황  (1) 2024.01.28
신병훈련소에서/ 김 재 황  (2) 2024.01.27
그때 그 친구/ 김 재 황  (1) 202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