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잇자하니 情 아니요/ 작가 미상
[원본]
잇자하니 情 아니요 못 이지니 病이로다
長歎息 한 쇼래에 속 석은 물 눈에 가득
丁寧이 나혼자 이럴진대 석여 무삼 하리요.
[역본]
잊으려니 정 아니고 못 잊으니 병이구나
긴 한숨 한 자락에 물 된 맘이 눈에 가득
정말로 나만 이렇다면 속 썩여서 뭐 할까.
[감상]
초장으로 간다. ‘잊자 하니 정 아니요’는 ‘정이라면 결코 잊을 수가 없다.’라는 말이다. 정인데 어찌 잊는다는 말인가? 만약에 잊을 수가 있다면 그건 정이 아니라 장난이었을 것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장난’은 ‘실없이 하는 일’이나 ‘남몰래 하는 못된 짓’을 말한다. 그리고 정이기에 못 잊으니 그게 병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중장으로 간다. ‘장탄식’은 ‘긴 한숨을 지으며 깊이 탄식하는 일’을 가리킨다. 그리고 ‘속 썩은’은 ‘뜻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좋지 못한 일로 몹시 괴로워하여’라는 뜻이다. 그런데 ‘속 썩은 물을’을 그대로 소리걸음으로 옮기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물 된 맘이’라고 풀이하였다. 슬픔을 그리 표현해 보았다. 그게 눈물이 된다는 말이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정을 지니고 잊지도 못하는데, 잊지 못하니 병을 앓게 되는 게 다만 그 한 사람만 그렇다면 구태여 속 썩일 필요가 있겠는가? 그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역설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그게 정이니.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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