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저 盞에 술이고라사니/ 작가 미상
[원본]
저 盞에 술이고라사니 劉伶이와 마시도다
두렷한 달이 이즈러시니 李白이와 깻치도다
나문 술 나문 달 가지고 翫月長醉 하오리라.
[역본]
저 잔에 술 좀 비니 유령이 와 마셨더군
둥근 달 눌렸으니 시선이 와 그랬더군
즐겁게 남은 술 남은 달 그걸 갖고 놀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고라시니’는 ‘조금 비다.’라는 뜻이다. ‘누군가 와서 잔에 들어 있던 술을 먹었기에 전보다 조금 비어 있다.’라는 말이다. 누가 와서 마셨는가? 바로 ‘유령’이라는 그 사람인 것 같다. ‘유령’은 ‘중국 서진의 사상가’인데,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다. 술을 꽤나 좋아한 사람이었던 듯싶다. 중장으로 간다. ‘두렷한’은 ‘둥근’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즈러시니’는 ‘이즈러졌으니’ 또는 ‘찌그러졌으니’ 등의 뜻이다. ‘이백’은 ‘이태백’을 이르는데, 그를 ‘시선’(詩仙)이라고 부른다. 달이 왜 찌그러졌는가? 그건 시선인 이태백이 하도 달을 가지고 놀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중장에서 하고 있다. 문득 동요가 생각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이러하나 달인들 어찌 안 찌그러지겠는가. 종장으로 간다. 그렇다고 하여도, 남은 술이 있고, 비록 찌그러졌으나 이직 달도 남아 있다. ‘완월장취’는 ‘달을 구경하면서 오래 취함’을 뜻한다. 남아 있는 달과 술로 즐겁게 놀면 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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