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어론쟈 너출이야/ 작가 미상
[원본]
어론쟈 너출이야 에어론쟈 박너출이야
어인 너출이완대 담을 너머 손을 주노
어론님 이리로셔 져리로 갈제 손을 쥬려 하노라.
[역본]
얼싸 좋다 여기 덩굴 얼씨구나 저 박 덩굴
이 덩굴 뭣이기에 담을 넘어 손을 주나
내 임이 여기서 저기로 갈 때 손 주려고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어론쟈‘는 ’얼싸‘ 정도로 풀이된다. ’너출‘은 ’너추리‘로 ’넌출‘인데, 우링에게는 ’덩굴‘이 더 친밀감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를 골랐다. ’너출‘은 ’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식물 줄기‘를 말는데, 등의 줄기나 대래의 줄기 및 칡의 줄기 따위를 일컫는다. 그리고 ’에어론쟈‘는 ’얼씨구나‘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니까 ’박너출‘은 ’박의 덩굴‘이다. 중장을 본다. ’너출이완대‘는 ’넌출이완대‘이고, 이는 ’넌출이기에‘로 풀이된다. ’담을 넘어‘는 ’경계를 넘어‘의 뜻을 지녔는데, 넘으면 안 된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인가 하면 안 될 짓을 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덩굴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계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돼 있다. 게다가 담을 넘어 손을 주다니!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어론님‘은 ’이미 정을 통한 임‘이다. 말하자면 ’내 임‘이다. 내 임이 여기서 저기로 갈 때 손을 잡아주려고 한다고 슬며시 발뺌을 한다. 좀 점잖은 느낌을 준다. 선비는 시조를 지을 때도 처신을 지켜야 한다. 품위가 무겁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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