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어론쟈 너출이야/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2. 23. 06:17

327. 어론쟈 너출이야/ 작가 미상

 

[원본]

 

어론쟈 너출이야 에어론쟈 박너출이야

어인 너출이완대 담을 너머 손을 주노

어론님 이리로셔 져리로 갈제 손을 쥬려 하노라.

 

 

 

[역본]

 

얼싸 좋다 여기 덩굴 얼씨구나 저 박 덩굴

이 덩굴 뭣이기에 담을 넘어 손을 주나

내 임이 여기서 저기로 갈 때 손 주려고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어론쟈얼싸정도로 풀이된다. ’너출너추리넌출인데, 우링에게는 덩굴이 더 친밀감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를 골랐다. ’너출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식물 줄기를 말는데, 등의 줄기나 대래의 줄기 및 칡의 줄기 따위를 일컫는다. 그리고 에어론쟈얼씨구나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니까 박너출박의 덩굴이다. 중장을 본다. ’너출이완대넌출이완대이고, 이는 넌출이기에로 풀이된다. ’담을 넘어경계를 넘어의 뜻을 지녔는데, 넘으면 안 된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인가 하면 안 될 짓을 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덩굴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계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돼 있다. 게다가 담을 넘어 손을 주다니!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어론님이미 정을 통한 임이다. 말하자면 내 임이다. 내 임이 여기서 저기로 갈 때 손을 잡아주려고 한다고 슬며시 발뺌을 한다. 좀 점잖은 느낌을 준다. 선비는 시조를 지을 때도 처신을 지켜야 한다. 품위가 무겁다(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