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어듸 쟈고 여긔 온다/ 작가 미상
[원본]
어듸 쟈고 여긔 온다 平壤 쟈고 여긔 왓내
臨津 大同江을 뉘 뉘 배로 건너 온다
船價난 만트라마난 女妓배로 건너 왓내.
[역본]
어데 자고 여기 왔냐 평양 자고 여기 왔다
임진강과 대동강을 누구 누구 배로 왔냐
뱃삯은 좀 많더라마는 기녀 배로 건너왔다.
[감상]
초장을 본다. ‘온다.’는 ‘왔느냐.’의 뜻으로 본다. 어디서 자고 여기 왔느냐라고 누가 묻는다. 그 물음에, ‘평양에서 자고 여기 왔다.’라고 대답한다. 두 사람 사이는 친구인 듯싶다. 말하자면 농담을 나눌 정도의 사귐이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이 대화가 흥미롭다. 중장을 본다. 평양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두 강을 건너야 하는데, 누구 누구 배로 건너왔느냐고 묻는다. 물론, 그 두 강은 대동강과 임진강이다. 대동강은 평양에 있고 임진강은 파주에 있다. 그러니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은 서울이 아닌가 한다. 그 친구는 왜 하필이면 강을 들먹이고 있는 것인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이다. ‘배’‘라는 말에 무슨 느낌이 있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종장 앞의 구(句)의 말이 심상치 않다. 뱃삯이 비싸다니? 그러면 그렇지, 그 배는 노를 저어서 오는 배가 아니었구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종장에 가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을 터이다. 유머가 이 정도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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