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작가 미상
[원본]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집에 픰도 픨샤 三色桃花
어론쟈 범나뷔야 너난 어니 넘나난다
우리도 남의 님 거러두고 넘노라볼가 하노라.
[역본]
기어서 들고 나는 집에 피는 세 복사꽃
얼싸 좋다 범나비야 너는 어찌 넘나드냐
우리도 남의 임 걸고 놀자꾸나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핌도 필사’는 ‘피는 것도 피었는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피는’으로 풀었다. ‘삼색도화’는 ‘여러 색깔의 복사꽃’이란 말인데, 나는 소리걸음에 맞추느라고 ‘세 복사꽃’이라고 했다. ‘기어서 들고 나는 집’이라고 했으니 초라한 집이다. 그런 집에 여러 빛깔의 봇사꽃이 피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은 넉넉한 그 집 주인이다. 중장으로 간다. ‘어론쟈’는 ‘얼싸’라고 하는 감탄사이다. 나는 이를 소리걸음에 맞추어서 ‘얼싸 좋다.’라고 풀었다. ‘범나비’는 ‘호랑나빗과에 속하는 나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넘나난다.’는 ‘넘나든다.’를 뜻한다. 범나비가 이 꽃 저 꽃으로 마구 다니는 모습을 그리 표현했을 성싶다. 사람으로 치면 이 여자 저 여자를 마구 찾아다니는 바람둥이를 연상하게 한다. 종장으로 간다. ‘거러두고’는 ‘몰래 부정한 인연을 맺어 둔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가도 슬쩍 ‘남의 임과 인연을 맺고’ 한 번 놀아 보고 싶다는 농담을 하고 있다. 기분뿐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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