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2. 23. 06:14

325.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작가 미상

 

[원본]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집에 픰도 픨샤 三色桃花

어론쟈 범나뷔야 너난 어니 넘나난다

우리도 남의 님 거러두고 넘노라볼가 하노라.

 

 

 

[역본]

 

기어서 들고 나는 집에 피는 세 복사꽃

얼싸 좋다 범나비야 너는 어찌 넘나드냐

우리도 남의 임 걸고 놀자꾸나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핌도 필사피는 것도 피었는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피는으로 풀었다. ‘삼색도화여러 색깔의 복사꽃이란 말인데, 나는 소리걸음에 맞추느라고 세 복사꽃이라고 했다. ‘기어서 들고 나는 집이라고 했으니 초라한 집이다. 그런 집에 여러 빛깔의 봇사꽃이 피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은 넉넉한 그 집 주인이다. 중장으로 간다. ‘어론쟈얼싸라고 하는 감탄사이다. 나는 이를 소리걸음에 맞추어서 얼싸 좋다.’라고 풀었다. ‘범나비호랑나빗과에 속하는 나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넘나난다.’넘나든다.’를 뜻한다. 범나비가 이 꽃 저 꽃으로 마구 다니는 모습을 그리 표현했을 성싶다. 사람으로 치면 이 여자 저 여자를 마구 찾아다니는 바람둥이를 연상하게 한다. 종장으로 간다. ‘거러두고몰래 부정한 인연을 맺어 둔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가도 슬쩍 남의 임과 인연을 맺고한 번 놀아 보고 싶다는 농담을 하고 있다. 기분뿐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