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功名도 헌 신이라/ 작가 미상
[원본]
功名도 헌 신이라 헌신 신고 어대 가리
버서 후리치고 山中에 드러가니
乾坤이 날다려 니라기를 함꾀늙쟈 하더라.
[역본]
이름남도 헌 신발짝 그걸 신고 어디 가리
벗어서 내던지고 산 속으로 들어가니
하늘 땅 일러 나에게 함께 늙자 하더군.
[감상]
초장을 본다. ‘공명’은 ‘공을 세워서 이름을 떨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를 나는 ‘이름남’이라고 풀었다. 그것조차도 헌 신발짝으로 여긴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여기고 나면 그걸 신고 갈 데가 없다. 세상에 이름을 날린다는 게 모두 허무하다는 생각이다. 조용히 사느니만 못 하다는 걸 깨닫는다. 중장을 본다. 그 공명이 헌 신발짝이니 벗어서 내던져 버리고 훌훌 산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나무와 새들이 그의 벗이 되겠지. 얼마나 자유로운 삶이겠는가. 욕심을 버리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그렇듯 가벼워지면 바람과 벗할 수도 있다. 구름과 벗할 수 있다. 신선이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건곤’은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방위에서 서북 방향의 건방(乾方)과 서남 방향의 곤방(坤方)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하늘과 땅이 나에게 이르기를 함께 늘자고 했다면, 감히 저 하늘과 이 땅과도 벗할 수 있지 않을까.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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