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기러기 산 이로 잡아/ 작가 미상
[원본]
기러기 산 이로 잡아 情드리고 길드려서
님의 집 가난 길을 歷歷히 가르쳐 두고
밤중만 님생각 날제면 消息 傳케 하리라.
[역본]
기러기 살게 잡아 정을 가득 길들여서
임의 집 가는 길을 또렷하게 알려주고
밤중에 임 생각 날 때면 내 소식을 전하리.
[감상]
초장을 본다. 기러기를 산 채로 잡으려면 활을 쏘아서 잡으면 안 된다. 덫으로 잡으면 상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그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조심스레 잡아서 정성스레 길을 드리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여 무엇을 하려고? 그러니 중장으로 간다. 임의 집 가는 길을 또렷하게 알려준다고 한다. 왜 임의 집 가는 길을 기러기에게 알려주는 것일까? 그거야 뻔한 일이지. 심부름을 시키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 여기에서 ‘역역’은 ‘또렷하고 또렷하게’라는 뜻이다. 그렇듯 잘 가르쳐 주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소식을 전하게 될 게 아닌가? 그러면 낭패다. 그렇기에 정을 먼저 주어야 하고 손에 익게 길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아무 때고 마구 심부름을 시켜서도 안 된다. 때가 좋아야 한다. 그때가 언제인가? 종장으로 간다. 그때는 바로 밤중이고, 임이 생각날 때이다. 왜 그때인가? 아마도 그때가 임이 가장 그리울 때인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그리워허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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