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어른쟈 나뷔야/ 작가 미상
[원본]
어른쟈 나뷔야 에어론쟈 범나비야
어이한 나븨완대 백화향의 춤추난고나
우리도 남의 님 거러두고 춤추어 볼가 하노라.
[역본]
얼싸 좋다 저 니비야 얼씨구나 범나비야
어떠한 나비기에 온 꽃 향에 춤을 추냐
우리도 남의 임과 맺고 춤춰 볼까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다른 작품에서 보았던 눈에 익은 말들이 보인다. 고시조는 좋다고 여기는 소리마디(音節)이 습관적으로 잘 끌어다가 썼다. 그걸 무어라고 하겠는가. 그것도 한 재미니 탓할 수가 없다. ‘어론쟈’은 ‘얼싸’라는 뜻인데, 초장의 첫 소리걸음(音步)부터 2 소리마디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좋다’를 넣어서 4 소리마디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비야’ 앞에도 ‘저’를 넣어서 앞 구(句)를 4,4조(調)로 했다. ‘범나비’는 ‘호랑나빗과에 속한 나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중장을 본다. ‘나븨완대’는 ‘나비이기에’라는 말이고, ‘백화향’은 ‘온갖 꽃의 향기’이다. “대체 너는 어떤 나비이기에 온 꽃 향기에 춤을 추는 거냐?“라고 물음을 던진다. 사람으로 치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찝쩍거리는 바람둥이를 가리키는 성싶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거러두고’는 ‘인연을 맺어 두고’라는 말이라고 한다. 나비가 이 꽃 저 꽃 넘보는데, 우리도 내 임 네 임을 성관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서 춤이나 추자는 말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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