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 젼원에 봄 츈 자 드니/ 작가 미상
[원본]
젼원에 봄 츈 자 드니 가지가지 꽃 화 자라
슐 한 병 가질 지 하고 시내 계변에 안질 좌하니
동자야 술 한 잔 가득 부어라 마실 음 자 (하련다.)
[역본]
앞동산에 봄이 오니 가지가지 핀 꽃이다
술 한 병 가지고서 냇물 가에 앉았구나
여보게 잔 가득 따르게 마시기나 하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전원’은 ‘앞동산’을 가리킨다. ‘봄 츈 자 드니’는 ‘춘(春)이 오니’이다. 즉, ‘봄이 오니’라고 풀이된다. 그리고 ‘가지가지 꽃 화 자라’는 ‘가지가지에 꽃(花)이 피었다.’라는 뜻이다. 중심이 되는 글자를 짐짓 풀어서 써 보인 것이다. 이 작가는 그것을 멋으로 삼은 것 같다. 중장을 본다. ‘슐 한 병 가질 지 하고’는 ‘술 한 병을 가지고서(持)’이다. 그리고 ‘시내 계변에 안질 좌하니’는 ‘시내 계변에 앉았구나(坐).’라는 뜻이다. 중장의 중점 사상을 바로 ‘지’(持)와 ‘좌’(坐)이다. 반드시 지녀야 하는 것은 술이요, 꼭 앉아야 하는 곳은 냇물 가이다. 아마도 그걸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종장으로 간다. 앞의 구(句)가 자못 신바람을 일으킨다. 잔에 술을 가득 따르라고 하니 그처럼 신나는 일이 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여기에서의 중점 사상을 ‘마심’(飮)이다. 그래서 이를 풀어 ‘마실 음 자’(飮)라고 했다. 시조도 역시 시(詩)의 하나다. 그 나름으로 언어를 자유럽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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