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4

시조시인 2005. 9. 23. 10:58


 

                                             흰 영혼을 지닌 자작나무

 

                                                         김 재 황


 자작나무는 문학작품 속에 많이 등장하는 나무이다. 나무껍질이 하얀 색으로 깨끗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하얀 자작나무의 수피(樹皮)는, 종이처럼 얇으며 수평으로 벗겨진다. 벗겨진 이 나무껍질을 보면, 바깥쪽은 흰 빛깔이지만, 안쪽은 갈색을 띠고 있다. 이 껍질에는 썩지 않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 있으며 광택이 난다. 보기에 아주 깨끗한 모습이기에, 백의의 천사를 떠올리게 한다.

 자작나무는 고원지대의 산 중턱에 자생하여 숲을 이루는데, 누구나 이 숲에 들어가면 시(詩) 한 수쯤은 저절로 나오게 된다. 잔디밭이나 호수의 주변에서 이 자작나무를 만난다면, 더없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피서를 하기 위해 그 곳을 찾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터이다. 그러나 자작나무는 공해에 약하고 이식도 쉽지 않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명주로 몸을 감아 가벼운 차림을 하고

 아프게 벗겨지는 희열로 눈을 빛내며

 투명한 저 먼 하늘에 나그네로 뜨는 맘.


 허공에 매달리는 소망은 한이 없어도

 늘어진 이삭 끝에 고고한 운이 열리고

 날개를 펴는 자리엔 스며드는 향수여.


 숨차게 넘어야 할 귀가 시린 고개들을

 성긴 가지로 올라 꿈이 포개 잠이 들면

 서북풍 모진 미움도 매듭 풀고 돌아선다.

                   ---졸시 ‘자작나무’


 자작나무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의 ‘강원’ ‘평북’ ‘함남북’을 비롯하여 ‘사할린’ ‘만주’ ‘일본’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고랭지의 산중턱에 자생하는 한대성의 낙엽 교목이다. 줄기가 어릴 때는 갈색이지만,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차차 흰 빛깔로 변한다. 잎은 어긋나게 나는데, 세모꼴 또는 마름모꼴의 알 모양이며 톱니를 지닌다. 암수한그루이지만 단성화이므로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 4월 말경에 이삭 모양의 꽃이 핀다. 속에 씨가 있고, 익으면 껍질이 단단해져서 잘 깨어지지 않는, 견과(堅果)가 달린다. 이 열매는 날개가 있으며 10월에 익는다. 길이는 4㎝쯤 된다.

 자작나무의 생장은 극히 빠르고 20m까지 크게 자라지만, 수명이 짧다. 또한 풍해에 약한 결점이 있으며 전정은 하지 않고 나무가 크게 자란 후에는 이식이 극히 어렵다. 특히 야생으로 자란 나무는 이식하기가 더욱 어려우므로 자연 상태로 두어야 한다. 묘목은, 이식을 여러 번 실시하여 잔뿌리가 많은 개체를 선택한다. 이 나무는, 은행나무와는 달리, 생나무도 불에 잘 탄다.

 자작나무는 추위에 견디는 힘은 강하지만 가지를 잘라 주었을 때에 새싹이 나오는 힘은 약하다. 양지를 좋아하고 생장이 빠르다. 또한, 목재가 단단하고 치밀하여 ‘조각재’나 ‘특수용재’로 쓰이는데, 해인사의 대장경도 이 나무로 만들었다는 말이 전한다.

 자작나무에는 많은 전설이 있는데, 이 나무가 흰 천을 두르고 있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칭기즈칸이 흙바람을 일으키며 유럽을 쳐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 유럽의 한 작은 왕국에 왕자가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너무 오래 장기집권을 하게 되자, 그는 심술이 나서 적을 이롭게 하는 말을 퍼뜨리고 다녔다.

 “칭기즈칸의 병정들은 어찌나 싸움을 잘 하는지 한 번에 서너 명씩 죽인대.”

 “그들은 어찌나 힘이 센지 우리가 두 손으로 들어도 못 드는 칼을 한 손으로 바람개비처럼 돌린다지.”

 “어디 그뿐인가, 말을 어찌나 잘 타는지 사람이 보이지를 않는다는구먼.”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삽시간에 이런 유언비어가 온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이 소문을 들은 유럽 병정들은 겁이 더럭 나서 싸움도 변변히 못해 보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칭기즈칸 군대는 무인지경으로 유럽을 쳐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그 모든 것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이 밝혀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유럽 병사들은 용기를 내어 칭기즈칸 군대를 물리치게 되었다. 이에 그들은 나쁜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을 찾기에 이르렀다.

 “대체 어느 놈이 그런 소문을 퍼뜨렸지?”

 “그런 놈은 당장에 잡아 죽여야 해.”

 모두가 성이 나서 눈에 불을 켜고 야단이었다. 왕자고 뭐고 붙들리는 날에는 꼼짝없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겁이 난 왕자는 홀로 북쪽 산으로 말을 타고 도망을 쳤다. 강을 건너고 들을 가로질러 산속 깊숙이 숨어 들어갔다. 그러다가 더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왕자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뒤에서 당장에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몰려들 것만 같은 초조감아 엄습해 들어와서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돼. 몸을 빨리 숨겨야 돼.’

 왕자는 땅을 깊게 판 다음, 그 속에 숨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숨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흰 명주로 온 몸을 감았다. 그리고는 깊게 판 땅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뛰어든 구덩이가 무너져 버리는 바람에 왕자는 그만 흙에 파묻혀 목숨을 잃었다. 그 곳에서 자작나무가 돋아났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벗겨도 계속 나온다. 그것은 왕자가 아직도 자기의 모습을 감추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작나무는 추운 곳에 자생하는 식물이지만, 더운 곳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며 햇볕도 좋아한다. 그러나 바람에 특히 약하기 때문에 서북풍을 막아 주어야 한다. 공중습도는 높아야 하고 토질은 물빠짐이 좋으면서도 보수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질양토가 좋으며, 부엽토 등 유기질 비료를 많이 주어서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야 한다.

 자작나무의 이식은 힘든 편이므로 잔뿌리가 많이 난 묘목을 골라 심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심는 시기는, 더운 지방에서는 낙엽이 진 후인 가을에 심어도 무방하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싹이 트기 전인 이른봄에 심도록 권장하고 싶다. 구덩이를 깊게 파고 퇴비를 넣은 다음, 뿌리를 잘 펴서 심는다. 주의할 점은, 심을 때에 흙을 부드럽게 하고, 심은 후에는 지주(支柱)를 세워 주며, 여름가 겨울에는 땅거죽에 짚이나 낙엽을 덮어 줌으로써 수분의 증발을 막도록 한다. 그리고 전정을 아주 싫어하는 나무이므로 절대로 톱이나 가위를 대지 않도록 한다.

 자작나무의 번식은 가을에 익은 씨를 따서 곧 파종을 하게 되는데, 싹이 트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잘 생기는 병으로는 잎녹병과 갈색무늬병 등이 있다. 또 해충으로는 ‘자나방류’ ‘피나무호랑하늘소’ 등이 발생한다.

 자작나무는 큰 나무를 이식하기 어렵고, 수관(수관)이 치밀하게 형성되지 않으며 공해에 약하기 때문에 도시에 심기에는 곤란하지만, 국립공원이나 큰 연못가 등에 심어서 숲을 만들면 멋진 휴식공간이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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