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위성류
김 재 황
이 세상에는 겉보기와 실상이 아주 다른 것들이 더러 있다. 나무 중에서도 그러한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위성류이다. 이 나무는 그냥 무심코 보면 침엽수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분류되기는 낙엽활엽소교목에 속한다.
위성류의 키는 7미터 정도로 자란다. 가지는 적갈색이며 늘어져서 잘게 갈라지고, 잎은 가늘고 가지에 비늘 모양으로 돌라싼다. 꽃은 1년에 2번 핀다고 알려져 있다. 즉, 여름에는 묵은 가지에서 꽃이 피고, 가을에는 풋가지에서 꽃이 핀다고 한다. 연붉은 빛깔의 작은 꽃으로, 총상꽃차례를 보인다. 열매는 삭과이고, 2번째 핀 꽃에서 결실한다고 한다. 산에 나는데, ‘전남’ ‘경북’ ‘충북’ ‘경기’ ‘평남’ 등지에 분포하며, 가지와 잎은 약재로 사용한다.
무엇이든 생김새만 보고 평가하지 마라
조그만 그 가슴에 큰 뜻 지닌 이 있느니
먼 길을 걸어온 나무가 증언대로 오른다.
---졸시 ‘위성류’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왜 이 나무가 이런 모습을 지니게 되었는지. 이 침엽수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가지가 가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그 가지에 잎이 붙어 있는데, 바소꼴이다. 나는 이 나무를 산에서 본 게 아니라, 어느 집의 정원에서 보았다. 아마도, 이 나무는 자연환경에서 다른 나무와 경쟁하며 살아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여겨진다.
이 나무의 이름도 이상하다. 한자로는 ‘渭城柳’라고 쓴다. 이 이름만 보아서는 좀처럼 그 뜻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위성’을 지명으로 생각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버들 ‘유’자를 붙인 이유는 아마도 그 줄기가 버드나무처럼 늘어지기 때문일 터이다. ‘삼춘류’(三春柳)라느니, ‘적경류’(赤莖柳)라느니 ‘수사류’(垂絲柳)라느니 하는 등의 이름이 모두 그렇다.
위성류는 중국이 원산지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에 이 나무를 뜰에 즐겨 심었다고 전한다. 특히 양귀비가 이 나무를 매우 사랑하였다고 하니, 특별한 매력을 지닌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중국에는 ‘위성’(渭城)이라는 곳이 존재한다. 그 위치는 지금의 섬서성 함양면의 동쪽이고, 옛날의 진(秦)나라 수도였다고 한다. 또 다른 이름으로 ‘우사’(雨師)가 있다. ‘비의 스승’이라니, 이는 또 무슨 이유일까? 일설에 의하면, 위성류가 기상예보를 하기 때문이다. 즉, 위성류는 미리 비가 내릴 것을 아는데, 그 때에는 가지에 생기가 돈다고 한다. ‘우사’란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을 가리킨다.
이 나무의 영명은 ‘타마리스크’(Tamarisk)이다.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버리므로 보기에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가지가 1미터 정도로 늘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나무도 다 있구나 하며 신기하게 여긴다.
군방보(羣芳譜)에는 ‘가지가 붉은 빛을 띠고 가늘고 약하며 잎은 가늘어서 실과 같기에 가냘픔이 사랑스럽고 1년에 3번씩 꽃을 피우며 꽃빛깔은 분홍으로 여뀌 꽃을 닮았다.’라고 되어 있다. 내가 알기로, 위성류는 1년에 2번 꽃을 피운다. 그리고 꽃의 크기도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면모를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봄철에 늙은 가지에서 피는 꽃이 여름철에 햇가지에서 피는 꽃보다 크다. 그러나 햇가지의 꽃만이 열매를 맺는다. 삭과인 열매는 10월에 익는데, 그 씨에 털이 있다. 이와 비슷한 종류로는, 꽃차례가 옆으로 생기고 수술대의 기부가 비대해지는 ‘향성류’가 존재한다.
또, 알려지기로는 위성류가 ‘죄악’과 ‘범죄’를 상징한다고도 한다. 이는, 옛날의 로마에서 죄인의 머리에 이 나무로 만든 관을 씌우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 말대로 죄인의 머리에 위성류로 만든 관을 씌운 게 사실이라면, 나는 오히려 위성류로 하여금 그 죄인의 죄를 씻게 하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므로 위성류는 ‘회개’나 ‘신생’을 상징한다고 보아야 옳다. 이 나무는 삽목이 잘 된다.
멀고먼 옛날, 홍원(洪原)에 홍랑(洪嫏)이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살았다. 그녀는 효심이 깊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병석에 눕게 되자, 60리 길이나 되는 곳을 걸어서 명의를 찾아갔다. 감동한 의원은 서둘러서 그녀를 따라갔으나,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어머니의 무덤을 만들고 3달 동안이나 그 무덤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행동을 ‘위성류’ 같다고 칭찬했다.
그 때, 홍랑의 나이는 겨우 12살이었다. 그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의원이 그녀를 수양딸로 삼고는 시문을 배우도록 하였고, 예의범절 등 육례를 가르쳤다. 그러나 얼마 후, 그녀는 어머니의 무덤을 자주 찾기 위해 그 집을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피하지 않으려고 기적에 몸을 얹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려는 방편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모두 아까워했다. 기생이 된 그녀를 뭇 한량들이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당당하게 살았다. 과연, 그 몸가짐이 처음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유성류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