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공덕을 지닌 팥배나무
김 재 황
그 이름만 들으면 금방 그 열매가 작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즉, ‘팥만한 크기의 배’라고 풀이하면 될 성싶다. 그러나 이 나무는 배나무 종류에는 속하지 않는다.
팥배나무는 능금나무과에 딸린 낙엽활엽교목이다. 그리고 마가목속에 포함된다. 키는 15m까지 자란다. 가지는 불그스레한 흑갈색인데, 회백색의 점을 지닌다. 잎은 거의 달걀꼴이거나 길둥근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어긋나게 돋는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굵은 톱니가 보인다. 4월에서 5월까지 흰 꽃이 산방꽃차례로 핀다. 산지에 자생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만주 및 일본 등지에서 만날 수 있다. 목재는 가구재로 사용하며 열매는 먹을 수 있다.
작은 열매 지녔어도 그 그늘은 널찍하고
넓고 둥근 잎사귀며 백옥 같은 꽃잎이며
공덕이 따로 있으랴 배고픈 새 찾아든다.
---졸시 ‘팥배나무’
팥배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산지의 표고 100m에서 1300m까지에 살고 있다. 이 나무를 보면, 무엇보다도 잎의 모양이 아름답다. 길이는 8㎝ 내외이고 넓이는 5㎝ 안팎이다. 표면과 뒷면의 맥에는 털이 있지만 나중에는 없어진다. 측맥이 뚜렷하여 인상적이다. 엽병은 2㎝ 정도이다.
팥배나무의 꽃은 1㎝ 정도의 크기인데, 6개에서 10개까지가 모여서 핀다. 꽃받침잎과 꽃잎이 각각 5개이며, 수술은 20개 정도이고, 암술대는 2개인데 털이 안 보인다. 이 나무의 특징이라면, 꽃대에 다시 꽃대가 나서 가지가 갈라지는 듯한 모양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열매는 타원형의 이과(梨果)이다. 뚜렷한 주근깨를 내보인다. 열매는 작아서 그 지름이 1㎝ 정도밖에 안 된다. 참으로 ‘팥배’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 열매는 10월경에 황홍색으로 익는다. 이 열매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 나무는 꽃이 예쁠 뿐만 아니라, 열매도 귀엽고, 그늘 또한 훌륭하다. 그 때문에 관상수로도 많이 쓰인다. 게다가 꽃의 꿀샘이 깊어서 밀원식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팥배나무는 한문자로 ‘감당’(甘棠) ‘당리’(棠梨) ‘두리’(豆梨) ‘두’(杜) ‘두리’(杜梨)
등으로 쓴다. 여기에서 ‘감당’이란 ‘두’의 열매를 뜻한다고도 한다. 배나무를 팥배나무에 접붙이기를 하면 튼튼한 묘를 얻을 수 있다. 또, 일설에는 ‘당리’란 아그배나무를 가리킨다고도 한다.
본초강목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이아(爾雅)에 두(杜)는 곧 감당(甘棠)인데 그 중 붉은것을 두(杜)라 하고 흰것을 당(棠)이라 하나 어떤 사람은 열매의 맛이 떫은것을 두라 하고 단 것을 당이라 하고 또는 암나무를 두라 하고 수나무를 당이라 한다’.
또 이시진이라는 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당리’(棠梨)를 ‘야리’(野梨)라고도 하고 각처에 자라며 나무묘양은 배나무와 닮았으나 크기가 작고 잎에는 거치가 발달해 있으며 색은 검푸르고 봄에 흰 꽃이 피며 가을에는 굵은 콩알만한 열매가 익는데 먹을 만하고 배나무 접목에 있어서 대목(臺木)으로 쓰면 배나무의 결실을 돕게 된다. 팥배나무의 잎은 다소 쓴맛이 있지만, 어릴 때에 따서 삶은 후에 물에 우린 다음, 소금에 무쳐서 먹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찐 다음에 차의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 꽃도 먹을 수 있으며 열매는 위장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팥배나무의 잎은 염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즉, 청명한 가을에 잎을 따서 잘 말린 후에 붉은 빛깔의 염료를 얻는 재료로 썼다고 한다. 다만, 염료로 사용하려면 많은 잎이 필요하다.
팥배나무에도 비슷한 종류들이 많다. 뒷면 엽맥의 털이 끝까지 남아 있는 ‘털팥배나무’가 있는가 하면 잎에 얕은 결각이 생기는 ‘벌팥배나무’가 있고, 열매의 길이가 긴 ‘긴팥배나무’가 있는가 하면 잎의 길이가 큰(1㎝ 이상) ‘왕잎팥배나무’도 있다. 그리고 잎이 긴 타원형인 ‘긴잎팥배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