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9

시조시인 2005. 11. 19. 08:33

 

 

                                     바람 소리 가득한 화살나무

                                                   김 재 황


                               한여름 그 한 철을 쪼그리고 앉았다가

                               가을의 그 잎사귀 불꽃처럼 뜨겁더니

                               이제는 마른 날개로 어느 곳을 찾는고?

                                                              -졸시 ‘화살나무’


 가을에 만나는 고운 잎사귀라면, 단풍나무 종류와 함께 화살나무를 빼놓을 수는 없을 성싶다. 어쩌면 그리도 곱게 물이 드는지,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에 딸린 갈잎 떨기나무이다. 키는 1m 안팎으로 자란다. 그렇기에 아담한 모습을 지닌다. 줄기와 가지에 세로로 된 날개 모양의 코르크를 붙이고 있으므로, 그 이름을 얻었다. 참으로 그 모습이 화살의 날개처럼 생겼기에 이색적이다. 왜 이 나무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첫째로는 추위를 막기 위함이라 여겨지고, 그 다음으로는 동물들로부터 줄기나 가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겨울에 잎을 모두 떨구고 그 몸에 날개만을 가득 달고 잇는 모습은 그리 정겹지가 않다. 그 날개가 5mm는 될 것 같은데, 4개씩이나 달고 있으니 위압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날개의 코르크가 약재가 된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헛소리와 가위눌림을 멎게 하며, 뱃속에 들어 잇는 기생충을 없앤다. 그리고 월경불순과 대하 및 산후어혈 등에 효과가 있다.’라고 ‘동의보감’에 씌어 있다.

 잎은 마주 나고 길둥근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다. 그리고 뾰족한 그 부분에 잔 톱니를 지닌다. 이 잎이 가을에 붉게 물들면 너무나 아름답다. 그야말로 ‘노을빛’이다. 그 단풍 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 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잎 뒷면에 털을 지닌 종류도 있는데, 그 나무를 ‘털화살나무’라고 부른다.

 초여름에 황록색을 띤 꽃이 취산 꽃차례로 잎겨드랑이에서 피어난다. 꽃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4개의 꽃잎을 지녔는데,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철나무의 꽃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 생김새가 작고 꽃빛깔도 눈길을 잘 끌지 못한다. 그러나 가을에 황적색으로 익는 열매가 흥미를 끈다. 이 열매는 껍질이 넷으로 갈라지는 삭과(蒴果)이다. 그 가운데에는 새빨간 육질로 싸인 종자가 들어 있다. 이를 두고 ‘주홍빛 루비’라고 예찬하는 사람도 있다.

 산기슭이나 산허리의 암석지에서 쉽게 만나고, 우리나라 각지와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줄기를 가지고 지팡이를 만들고, 예전에는 활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한다. 어린 새잎은 봄에 나물로 먹기도 했다.

 이 나무는 이명으로, ‘귀신이 쓰는 화살 날개’라고 하여 ‘귀전우’(鬼箭羽)라 하고, ‘창을 막는다’는 뜻으로 ‘위모’(衛矛)라 하며, ‘영혼이 사용하는 화살 날개’라고 하여 ‘혼전우’(魂箭羽)라고도 부른다. 이 나무와 가까운 나무로는 ‘회잎나무’가 있다. 물론, 회잎나무는 가지나 줄기에 코르크질의 날개를 지니지 않았으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회잎나무 종류 중에서 잎 뒷면에 털이 있는 것을 ‘당회잎나무’라고 하며, 잎 뒷면의 맥 위에 돌기가 있고 열매가 크며 끝이 뾰족하고 갈고리를 지닌 것을 ‘삼방회잎나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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