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친구의 면모를 지닌 신갈나무

시조시인 2005. 11. 20. 09:44
 

 


                                     친구의 면모를 지닌 신갈나무

                                                    김 재 황         


                                관악산 중턱에서 나를 기다리는 그대

                                깊숙한 그늘 밑에 편히 자리를 잡으면

                                아무도 부럽지 않다, 매미 우는 그 한철에.

                                                             -졸시 ‘신갈나무’

 

 나무 중에서도 첫째라면, 아무래도 참나무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이는, 그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참나무’는, 한 나무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참나무과 식물인 6종의 나무를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즉, 그 잎이 밤나무처럼 길쭉하게 생긴 상수리나무, 코르크가 특히 발달한 굴참나무, 비교적 큰 잎을 지닌 신갈나무, 그 외에 갈참나무와 졸참나무 및 떡갈나무가 그들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잎이 좁고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짧은 가시 같은 톱니가 잇다. 그 빛깔은 회갈색이다. 그리고 상수리나무의 잎 뒷면은 연한 녹색이고 세로로 약간 갈라진다. 그런가 하면, 굴참나무의 잎 뒷면은 희끗희끗한 코르크가 두껍다. 또 한 특징으로,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올해에 꽃이 피고 내년에야 열매가 익는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제일 잎이 작다. 그리고 갈참나무는 잎이 크며 잎자루가 있고, 잎의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거나 뾰족한 모양이다.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는 둘 모두 잎이 크고 잎자루는 안 보인다. 이 둘 중에서 잎이 특히 크고 두꺼우며 잎의 뒷면에 갈색 털을 지닌 게 떡갈나무이다.

 신갈나무는 갈잎 큰키나무이다. 잎은 달걀 모양이고 톱니가 있다. 산마루 이상에서 만날 수 있는데, 키는 30m로 자란다. 그리고 줄기의 지름은 1m 정도로 굵어진다. 참나무 중에서 가장 일찍 잎이 나오는 부지런한 나무이기도 하다. 잎은 호생(互生)하고, 뒷면의 맥 위에 털이 있는 것도 있다. 아마도 신갈나무라는 이름은, 우리의 선조들이 짚신의 밑바닥에 깔창 대신으로 이 나뭇잎을 깔았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나는 자주 관악산을 올라가서 그 중턱에 자리를 잡고 독서를 즐기곤 한다. 그런데 그 때마다 커다란 신갈나무를 찾는다. 그 그늘이 깊어서 아주 편안하다. 그러니 나의 친구 중에서 가장 키 큰 친구가 바로 이 신갈나무라고 말할 수 있다. 신갈나무는 그 열매가 사랑스럽다. 물론, 참나무 종류의 열매가 모두 그렇다. 하지만 생김새가 조금씩 모두 다르니 이름도 달리 부르는 게 마땅하다. 내 생각에,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상수리’라 부르고, 굴참나무의 열매는 ‘굴밤’이라고 부르며, 그 외의 열매들은 ‘도토리’라 부르는 게 옳을 듯하다. 

 나는 창경궁에서 멋진 신갈나무를 만났다. 불현듯 내가 자주 만나는 관악산의  신갈나무가 생각나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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