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오순도순 모여 앉은 칠엽수

시조시인 2005. 11. 21. 00:10

 

 

 

                                       오순도순 모여 앉은 칠엽수

                                                   김 재 황       


                      

                               보기 좋게 모여 앉은 일곱 개의 잎사귀들

                               시원한 생김새에 평화롭게 물든 가슴

                               가을의 연인 한 쌍이 그 그늘에 머뭅니다.

                                                                     -졸시 ‘칠엽수’


 우리나라에는 마로니에와 아주 흡사한 칠엽수가 있다. 이 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낙엽 교목으로서 우리나라에서 풍치수나 가로수로 흔히 심는다. 칠엽수와 마로니에는 너무 닮았다. 이 두 나무를 촌수로 따진다면 사촌쯤 될 듯하다. 다만, 잎의 뒷면에 털이 많이 나 있는 나무가 ‘마로니에’이다. 또한, 칠엽수는 열매가 매끈한 데 비해, ‘마로니네’는 가시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칠엽수’는 다섯 내지 일곱 장의 소엽들이 복엽을 이루는데, 마치 손바닥을 펼친 듯한 모습을 나타낸다. 그 중앙의 잎은 길이 30㎝에 넓이는 12㎝나 되기에 아주 시원한 느낌이 들게 한다. 수형이 단정하며, 수관은 다소 엉성하다. 그러나 그 큰 잎으로 햇빛을 가려 주기 때문에, 여름의 그늘로서는 그 이상을 찾기 어렵다. 어린 나무는 소엽이 서너 개밖에 안 되지만, 크게 자라면 소엽이 일곱 개로 되기 에 칠엽수(七葉樹)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칠엽수’의 꽃은 6월경에 가지 끝에서 흰 빛으로 핀다. 원추 꽃차례를 보인다. 그 길이가 30㎝나 되기도 한다. 이 꽃은 밀원(蜜源)으로도 커다란 가치를 지닌다. 키가 10m쯤 되는 칠엽수 한 그루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꿀의 양이 10ℓ나 된다고 한다.

 칠엽수의 열매도 밤과 같이 생겼는데, 8월이 되면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및 지방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식용으로 하고 백일해의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낙엽이 질 때는 소엽부터 떨어지고 나중에 잎자루가 탈락한다. 추위에 상하지 않도록, 겨울눈은 송진 같은 끈적끈적한 액체로 감싸고 있다.

 칠엽수는 추위에 강한 편이지만, 맹아력은 약하다. 그러므로 가을에 가지치기는 삼가는 게 좋다. 또, 양지에서는 생육이 잘 안 되지만, 음지에서는 잘 되는 성질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옥지를 좋아하고 사질양토를 좋아한다. 자라는 속도는 느린 편인데, 나뭇결이 아름다우므로 가구와 기구의 재료로 쓰인다.

 가을에 노란 빛의 단풍도 아름다우며, 수형도 아름다워서 풍치목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너무 키가 크게 자라므로 정원이 좁은 가정에 심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양봉을 하기 위하여 목장이나 농장에 심었을 때는 부수적으로 녹음과 열매 및 꽃을 얻는 일석사조의 이득이 있다. 공원이나 유원지 등에 심을 때는 단식으로 하는 게 좋고, 가로수로 심을 때는 도시보다 한적한 시골의 길가에 심는 게 좋다.    

 칠엽수는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잎이 쇠약해져서 일찍 낙엽이 지게 된다. 그러므로 도시에 심기에는 불리하다. 이식을 할 때에는 다른 나무와 마찬가지로 봄의 싹 트기 전이나 가을의 낙엽이 진 후에 실시한다.

 요즘에는 서울에서도 가로수로 심은 칠엽수를 쉽사리 만날 수 있다. 특히 대학로의 ‘마로니에공원’은 우명하다. 나는 서울대공원의 칠엽수를 가끔 만나러 간다. 호수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칠엽수의 모습이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다. 올해에는 가을에 만나러 가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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