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8

시조시인 2005. 11. 13. 19:37
 

 


                                      가장 작은 모습을 지닌 시로미

                                                       김 재 황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 말은 분명히 축소 지향적이다. 보통은 일본 사람들의 성향을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산 위에서 살아가는 식물의 경우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모습을 작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는 어떤 것일까? 나는 아무래도 ‘시로미’를 꼽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귀염둥이 막내 나무

 높은 곳에 자리 잡고 봄이면 꽃도 피우네

 그분이 널 보시기에 그 얼마나 좋으실까.

                        -졸시 ‘시로미’


 시로미는 시로미과에 딸린 늘푸른떨기나무이다. 줄기는 땅으로 벋는다. 길이가 80cm 내외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내가 포천의 평강식물원에서 만난 시로미는 그 길이가 10여 cm에 불과했다. 잎은 선형(線形)이며, 가장자리가 뒤로 젖혀진다. 그러나 사실은 넓은 잎이지만, 돌돌 말려서 가는 모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높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이기도 하다. 이는, 사막의 선인장처럼, 잎의 수분을 최소로 줄이자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암수딴그루이다. 꽃은 5월에서 7월까지 잎의 겨드랑이에서 피는데, 자줏빛의 작은 세잎꽃이다. 직경은 5mm 정도가 된다. 열매는 장과(漿果)로 가을에 검게 익는다. 이 열매는 그대로 먹을 수 있고, 잼을 만들거나 술을 빚기도 한다. 또한 이 열매를 ‘불로불사의 열매’로 귀하게 여겼다.

 시로미는 높은 산에서 무리를 지어 자란다. 관상용으로도 사랑받는다. 일명 ‘오이’(烏李)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암고란’(岩高蘭)이라고 부른다. 은행나무와 마찬가지로 1속 1과 식물이다. 이런 식물을 학술적으로 ‘모노 타입’(mono type)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 관모봉을 비롯하여 한라산, 설령(雪嶺), 남포태산(南胞胎山) 등지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일본이나 유럽 및 캘리포니아 등지에도 분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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