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5

시조시인 2005. 9. 30. 09:10
 

 

 

 

                                            서정이 가득한 은행나무

 

                                                        김 재 황


 서울의 광화문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연인 한 쌍이 걸어가는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따뜻한 사랑의 밀어를 눈짓으로 주고받으며 걸어가는 그들을,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은행나무 열매들도 한 마음으로 축복을 보내리라.


 적막을 헤아리는 시름은 끝이 없는데

 어둠을 안은 구멍 흰 손으로 달래 보면

 하늘과 교통하여도 그 마음은 떡잎이다.


 세월이 어지러워 노랗게 물드는가

 소사를 짚는 사연 무거운 발길에 채이고

 영원을 응시한 혼이 드러내는 회초리여.


 거리에 나앉아서 가지에 매다는 소망

 외침만 만발하다가 물러서는 동면 앞에

 먼동은 밝아 온다고 보신각의 종이 운다.


           ---졸시 ‘광화문의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땅이 깊고 비옥한 곳에서 잘 자라며 내화성(耐火性)과 내한성(耐寒性)이 높다. 또, 생장이 빠르고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성은 강하지만, 염분이 있는 토양이나 바닷바람에는 약한 성질이 있다.

 은행나무는 수형이 아름답다. 잎은 여러 개가 한 군데에서 어긋 돋는다. 잎의 모양은 부채꼴이며 가운데가 깊거나 얕게 째지고 평행맥(平行脈)을 보인다. 이렇듯 넓은 잎을 지녔으나, 낙엽성 침엽으로 분류된다. 왜냐 하면, 은행나무는 나자식물(裸子植物)이기 때문이다. 침엽수냐 활엽수냐를 구별 짓는 데는, 그 생김새보다도, 나자식물인가 피자식물(被子植物)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은행나무는 잎 속에 잇는 맥이 부챗살처럼 나란하다. 맥이 서로 이어지는 피자식물을 닮지 않았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위성류(渭城柳)는, 잎이 가늘어서 침엽수처럼 생겼으나, 사실은 활엽수에 속한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이다. 즉,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 물론, 수나무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데, 암나무에 비해서 가지가 서고 잎의 색깔이 연한 녹색이다. 암나무는 수나무보다 잎의 색깔이 짙으며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모습을 보인다. 더욱이 묘목일 때는, 암나무는 수나무에 비하여 모양은 작지만 굵기가 굵으며 측지(側枝)가 많은 반면에 잎은 작으며 결각(缺刻)도 적고 단풍이 더 빨리 드는 경향마저 있다. 

 꽃은 5월에 핀다. 수꽃은 꽃자루에 1개에서 5개까지 달리며, 암꽃은 짧은 가지로부터 나온 예닐곱 개의 꽃대에 각기 2개씩의 배주(胚珠)가 달리는데, 워낙 작고 녹색이기 때문에 눈에는 잘 뜨이지 않는다. 수꽃에 비하여 암꽃이 피는 시간이 짧다. 이들 꽃은, 6월경에 가루받이가 이루어져도 정받이는 9월에 가서야 끝난다. 열매는 2개의 배주 중 1개가 10월에 익는다. 열매는, 육질인 외종피(外種皮)에 고약한 냄새를 지니며, 만지면 옻이 오른다. 외종피를 제거하면 희고 딱딱한 내종피(內種皮)에 싸인 배유(胚乳)가 나타난다. 이게 바로 ‘은행’이다.

 은행나무는 수명이 길다. 우리나라에서도 1천 년이 넘는 나무가 많다. 이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용문사 은행나무는 나이 많고 크기로 유명하다. 나라에 흉사가 있을 때에는 한두 달 동안이나 울음소리를 낸다는 전설도 지니고 있다.

 은행나무는 그 이름도 많아서 ‘공손수’(公孫樹) ‘압각수’(鴨脚樹) ‘행자목’(杏子木)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5천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 넓게 분포하였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은행나무. 그 화석이 ‘북아메리카’ 그리인랜드‘ ’시베리아‘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와 중국 및 일본에 살며,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는 세계적으로 1과1속1품종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화석으로는 적어도 12종이 존재했다고 추정되고 있으며, 지금은 몇 가지 원예품종이 육성되었다.

 즉, 가지가 드리워지는 능수은행나무, 잎에 황백의 얼룩이 박혀 있는 얼룩은행나무, 큰 잎이 여러 갈래로 깊게 갈라지는 가세잎은행나무, 가지가 빗자루처럼 서고 수형이 원주형(圓柱形)이어서 마치 ‘피라미드’를 닮은 피라미드은행나무,

잎에 열매가 달리는 엽실은행나무, 그리고 잎에 광택이 있으며 노란 빛을 띠는 황색은행나무 등이 있다.

 은행나무의 잎은 ‘백과엽’(白果葉)이라고 하여 약재로 쓰는데, ‘수렴’ ‘거담’ 등의 효능이 있어서 ‘동맥경화’ ‘고혈압’ ‘기침’ ‘간염’ ‘대하증’ 등에 치료제로 쓰인다. 또 열매는 껍질을 벗긴 다음에 참기름을 발라서 구워먹거나 신선로에 넣어서 요리해 먹는다. 그리고 재목은 재질이 균일하며 부드럽고 치밀하여 바둑판이나 조각재로 사용되었다. 특히 ‘행자목’이라 하여 나전칠기를 만들 때에 즐겨 사용했다고 전한다.

 은행나무는 양토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광물질이 많은 토양에서는 자람이 좋지 않으며 잎이 갈라진다. 이 나무는 뿌리의 발달이 왕성해서 가는 뿌리가 많다. 그러므로 수분흡수를 잘 한기에. 상당히 큰 나무도 이식이 잘 된다. 낙엽기간 중에는 어느 때에나 활착이 좋다. 그러나 큰 나무를 이식할 때에는 잔 가지를 많이 전정하여 심는 게 안전하며, 거의 줄기만 남은 것을 심어도 다음해 봄에 싹을 내미는 강인함을 보인다.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7  (0) 2005.10.03
나무6  (0) 2005.09.30
나무4  (0) 2005.09.23
나무3  (0) 2005.09.19
나무2  (0) 200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