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고층 아파트 김 재 황 나라 땅 좁으니까 위로 자꾸 올리는가, 덩달아 집값 또한 치솟기만 하는 현실 난 그저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일어난다. 그리 땅과 멀어진 걸, 집이라고 할 수 있나 생긴 건 벌집인데 우린 벌이 될 수 없고 그 자리 너무 높으니 원앙 꿈도 못 꾸겠지. 땅 냄새 맡아야만 사는 힘을 얻을 텐데 하늘과 가깝다고 별을 따게 되진 않지 집이란 낮게 지어야 달빛 가득 고여 든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31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황 진 이 375.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황 진 이 [원본]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春風 니불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른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역본] 열한째 달 긴긴 밤을 한가운데 싹둑 잘라 따뜻한 이불 밑에 포개어서 넣었다가 얼은 임 오신 그 밤에 길게길게 늘이겠다. [감상] 황진이(黃眞伊)는 생몰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기녀로 중종과 명종 때에 활동했다고 한다. 다른 이름은 ‘진이’(珍伊) 또는 ‘진랑’(眞娘)이고, 기생 이름은 ‘명월’(明月)이다. 시와 그림 외에 춤도 잘 추었고 학문적 지식이 해박했다고 전한다. 그녀는 기녀였지만, 함부로 아무에게나 정을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정든 이는 있었을 게 아닌가. 초장을 본다. ‘동짓달’은 .. 새 고시조 감상 2024.03.30
靑山裡 碧溪水야/ 황 진 이 374. 靑山裡 碧溪水야/ 황 진 이 [원본] 靑山裡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하면 다시오기 어려오니 明月이 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엇더리. [역본] 푸른 산속 저 냇물아 쉽게 감을 자랑 마라 바다에 다다르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달빛이 산 가득할 때 쉬어 가면 어떻겠냐. [감상] 황진이(黃眞伊)는 생몰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기녀로 중종과 명종 때에 활동했다고 한다. 다른 이름은 ‘진이’(珍伊) 또는 ‘진랑’(眞娘)이고, 기생 이름은 ‘명월’(明月)이다. 시와 그림 외에 춤도 잘 추었고 학문적 지식이 해박했다고 전한다. 이 시조는, 송도를 찾아갔던 벽계수(碧溪守)라는 왕손을 대상으로 하여 지었다고 한다. 즉, 그를 ‘벽계수(碧溪水)로 하고, 자신을 명월(明月)로 하여 읊은 노.. 새 고시조 감상 2024.03.30
山은 녯 山이로대/ 황 진 이 757. 山은 녯 山이로대/ 황 진 이 [원본] 山은 녯 山이로대 물은 녯 물 아니로다 晝夜에 흐르거든 녯 물이 이실소냐 人傑도 물과 갓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역본] 저 산은 옛 산이되 이 물은 옛물 아냐 밤낮으로 흐르니까 옛 물 그게 있을 건가 사람도 물과 같구나 떠나가고 안 온다. [감상] 황진이(黃眞伊)는 생몰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기녀로 중종과 명종 때에 활동했다고 한다. 다른 이름은 ‘진이’(珍伊) 또는 ‘진랑’(眞娘)이고, 기생 이름은 ‘명월’(明月)이다. 시와 그림 외에 춤도 잘 추었고 학문적 지식이 해박했다고 전한다. 이 시조는 황진이가 유일한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서경덕(徐敬德)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산을 바라보면 산이야 말로 예전대로 의젓.. 새 고시조 감상 2024.03.30
선풍기를 보며/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풍기를 보며 김 재 황 명성을 자랑하던 좋은 시절 이제 갔다, 산들바람 불어오니 어디 둘까 짐이 되고 광이나, 아니 벽장에 정해지는 네 자리.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이야 숨죽이고 기다리면 다시 기회 얻을 테니 아무리 어둡더라도 두 눈 뜨고 참아야 해. 발버둥을 치다가는 버림받게 되고 만다, 남은 날엔 고장 나도 달래 가며 살아가라! 게다가 바람피운 너, 살얼음판 설 수밖에.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30
이춘원 시인의 시 세계 베풂 숲에 다다른 가을 詩人- 이춘원 시인의 시 세계 김 재 황 1. 들어가며 그러니까 이춘원 시인이 제6시집 『해바라기』를 펴낼 때 해설을 썼던 기억이 있다. 그해가 2010년이니 어느덧 13년이 훌쩍 지났다. 그 당시에는, ‘상황문학문인회’를 밀고 끌던, 그야말로 그는 새파란 여름을 딛고 살았다. 틈만 있으면 문학기행에 나셨던 정말 신바람 나던 삶의 시기였다.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 후로, 그는 5권의 시집을 더 펴냈고, 공직에서 정년을 맞이하였으며, 여전히 시인과 종교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펴내려는 시집은 제12시집 『깊은 밤에도 나무는 푸른 꿈을 꾼다』인데, 또 해설을 쓰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그도 스스로 그러하게 나이가 지긋이 들었다. 인생의 가을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 평론 2024.03.29
늘 참선하다/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늘 참선하다 김 재 황 내 몸은 가부좌로 눈과 입을 닫아걸고 수선스런 내 마음도 화두에다 묶어놓고 갈 길을 내가 나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그 뜻이 간절하면 하늘 문도 열리는데 불현듯 그 갈 길이 멀리 뵈는 바로 그때 그래 난, 벌떡 일어나 훌훌 털고 걷겠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29
금동반가사유상/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금동반가사유상 김 재 황 왜 우리는 태어나서 늙고 앓고 숨지는가, 큰 나무 밑에 앉아 하늘 높이 굴린 생각 앉음새 반쯤 푼 채로 나를 불러 세운다. 은밀하게 도드라진 맨 가슴에 이는 숨결 큰 깨달음 얻었어도 짐짓 기쁨 숨겨놓고 세상의 온갖 하소연 홀로 듣고 있구나. 너무 깊이 빠져들면 착한 일이 힘들다고 손가락을 볼에 대고 몸짓으로 빚은 말씀 여기서 이제 만나네, 그 마지막 가르침을.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28
대구 팔공산 석굴암 앞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대구 팔공산 석굴암 앞에서 김 재 황 바람은 살금살금 산등성을 올라가고 물소리 웅얼웅얼 골을 타고 내리는데 바위벽 좁은 공간에 세 석불이 머문다. 서둘러 천릿길을 셋이 걷는 중이라도 멀찍이 합장하면 꿈과 같은 천년세월 마음 산 넓게 비우니 먼 정토가 환하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