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황 진 이
[원본]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春風 니불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른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역본]
열한째 달 긴긴 밤을 한가운데 싹둑 잘라
따뜻한 이불 밑에 포개어서 넣었다가
얼은 임 오신 그 밤에 길게길게 늘이겠다.
[감상]
황진이(黃眞伊)는 생몰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기녀로 중종과 명종 때에 활동했다고 한다. 다른 이름은 ‘진이’(珍伊) 또는 ‘진랑’(眞娘)이고, 기생 이름은 ‘명월’(明月)이다. 시와 그림 외에 춤도 잘 추었고 학문적 지식이 해박했다고 전한다. 그녀는 기녀였지만, 함부로 아무에게나 정을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정든 이는 있었을 게 아닌가. 초장을 본다. ‘동짓달’은 ‘열한번 째 달이다. 한겨울이니 그 밤이 길 것은 틀림없다. ’한 허리‘는 ’한가운데‘를 말하는데, 가운데 토막이다. 그 가운데를 자른다니 그 기개가 놀랍다. 중장으로 간다. ’춘풍 니불아래‘는 ’따스한 봄바람과 같은 이부자리 밑에‘라는 말이다. ’서리서리‘는 ’길고 잘 굽는 물건을 포개며 휘감아 올리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어른님‘은 ’추위에 꽁꽁 언 임’이다. 추위에 덜덜 떨고 온 임을 따뜻한 이부자리로 맞이하여 춘풍 같은 따뜻함으로 녹여 주겠노라는 여인의 마음을 본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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