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늙엇다 물너가쟈/ 송 순
[원본]
늙엇다 물너가쟈 마음과 議論하니
이님 바리고 어드러로 가잣말고
마음아 너란 잇거라 몸만 몬져 가리라.
[역본]
늙었으니 물러나자 내 마음과 뜻 모으니
이 임금님 버리고서 그 어디로 가자는 말?
마음아 넌 남았거라 우선 먼저 몸만 가리.
[감상]
송순(宋純 1493~ 1583)은 조선 시대 명종 때의 문신이다. 본관은 신평(新平), 자(字)는 ‘수초’(遂初) 또는 ‘성지’(誠之)이고 호(號)는 ‘면앙정’(俛仰亭) 또는 ‘기촌’(企村)이다. 시호(諡號)는 ‘숙정’(肅正)이다. 1519년 문과에 급제한 후에 벼슬이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는데, 말년에는 담양(潭陽)에 깊이 은거하여 책을 읽으며 자냈다.
초장을 본다. ‘물너가쟈’는 ‘물러나자’라는 뜻으로 본다. 그리고 ‘의논’은 ‘어떤 문제에 있어 서로 뜻을 주고 받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를 나는 ‘뜻 모은다.’라고 풀이했다. 중장으로 간다. 여기에서 마음의 주장이 나타난다. “모시고 있던 이 임금님을 버리고 가면 임금님은 어찌 하시라는 말이냐?”라는 마음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도 미덕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그러면 할 수 없는 일!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계속 임금님을 모시고 있거라, 떠나야 하는 이 몸은 떠나야 하겠다. 그래서 마음은 두고 몸만 떠나니, 이게 충신이 아닌가.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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