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 곳이 진다하고/ 송 순
[원본]
곳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허 마라
바람에 흣날리니 곳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난 봄을 새와 므슴 하리오.
[역본]
꽃들이 지는 것을 새들아 슬퍼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이 아니란다
가면서 봄이 휘젓는데 무슨 시샘 가지리.
[감상]
송순(宋純 1493~ 1583)은 조선 시대 명종 때의 문신이다. 본관은 신평(新平), 자(字)는 ‘수초’(遂初) 또는 ‘성지’(誠之)이고 호(號)는 ‘면앙정’(俛仰亭) 또는 ‘기촌’(企村)이다. 시호(諡號)는 ‘숙정’(肅正)이다. 1519년 문과에 급제한 후에 벼슬이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는데, 말년에는 담양(潭陽)에 은거하여 ‘면앙정’(俛仰亭)이란 정자를 짓고 책을 읽으며 지냈다. 이 시조는 을사사화(乙巳士禍)를 보고 지었다고 한다. 즉, 인종(仁宗)이 승하하신 뒤에 명종(明宗)이 즉위하던 을사년에 중종의 계비이며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尹元衡)이 중종의 제1계비 장경왕후의 오빠 윤임(尹任)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을 학살했다. 이를 ‘을사사화’라고 한다. 초장에서 ‘꽃이 짐’은 ‘선비들의 죽음’을 의미하고, ‘슬픈 새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뜻 있는 선비들’을 가리킨다. 중장에서 ‘바람’은 ‘을사사화’이다. 그리고 종장에서 ‘휘젓는 봄’은 ‘사화에서 득세한 집권세력’을 가리킨다. 그러니 뭔 시샘이 있겠나.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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