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 窓밧긔 菊花를 심거/ 작가 미상
[원본]
窓밧긔 菊花를 심거 菊花밋태 술을 비져두니
술닉자 菊花피자 벗님 오자 달 도다 온다
아희야 거믄고 쳥쳐라 밤새도록 놀리라.
[역본]
창 밖에 국화 심고 국화 밑에 술 빚으니
술 익자 국화 피고 벗님 오자 달 떠서 온다
거문고 그 청 줄 쳐라, 밤새도록 놀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창과 국화와 술이 일직선 위에 놓인다. 이는, 곧 마음의 움직임이다. ‘창’은 열었을 때 그걸 통하여 밖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앞에 ‘국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화’는 가을을 상징하는 꽃이다. 그럼 밖에는 이미 가을이 와 있는 게 아닌가. 가을이 왔다면 단풍도 곱게 물들었을 게 당연하다. 술 한 잔이 간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국화 밑에 술은 이미 빚어 놓았다. 중장을 본다. 술이 먼저 익는다. 국화도 피었다. 벗도 찾아왔다. 달까지 떠서 술 마실 기분을 높이 만들어 준다. 그런데 중장에서는 흥이 너무 높았다. ‘익자’ ‘피자’ ‘오자’ 등으로 ‘~자’를 남발하고 있다. 뭐든지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과 같은 법이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여기에서 ‘쳥쳐라’는 ‘청(淸) 줄을 쳐서 가락을 맞추어라.’라는 뜻인데, 청 줄은 거문고 여섯 줄 중에는 과상청(課上淸)과 과외청(課外淸)이 있다. 종장에서 ‘아희야’는 빼도 괜찮을 것 같아서 삭제했다. 그냥 흥으로 넣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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