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조5 귤밭의 꿩 김 재 황 탱자나무 그늘 밑에 홀로 자리잡은 장끼 성난 가시 새파랗게 뿌리목도 쪼아 보고 까투리 앉았던 자리 빙빙 돌며 노닌다. 어디인지 꼭꼭 숨어 찾기 어려운 까투리 지금쯤 둥지 안에서 알을 품고 앉았을까 꼬리 깃 뽐내는 장끼 훔쳐보며 웃을까. 아동문학 2005.09.29
동시조4 제주도 그 조랑말 김 재 황 제주도 그 조랑말 비록 몸집은 작으나 오래 참고 달리기는 누구보다 잘하는 일 네 발굽 힘찬 소리로 여름 숲을 채우지요. 제주도 그 조랑말 비록 남쪽에 살지만 추위를 잘 견디기는 첫째가야 마땅한 일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겨울 산을 오르지요. 아동문학 2005.09.27
동시조2 사라져 가는 어름치 김 재 황 몸무늬 어른어른 지닌 마음 무겁단다 맑은 물에서만 사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이제는 강을 거슬러 올라 꼭꼭 숨어 있단다. 몸맵시 가꿨어도 새끼 사랑 뜨겁단다 돌을 물어다가 쌓고 알을 낳는 민물고기 오늘은 산을 가까이 두고 겨우 터를 잡았단다. 아동문학 2005.09.23
동화3 손자와 금어초 김 재 황 밝은 해가 떠올라서 거울처럼 맑은 호수를 비춥니다. 잔잔하게 이는 물살에 은빛 잔비늘이 박히고, 채 여미지 못한 산자락 하나가 물에 살며시 잠깁니다. “따라갈 테여요.”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의 옷자락을 잡고 떼를 씁니다. 전 같으면 ‘안 돼, 넌 아직 어리니까.’하고 뿌.. 아동문학 2005.09.12
동화2 노스님과 동자꽃 김 재 황 칼바람에 살문의 종이가 바르르 떨었습니다. 초저녁에 지핀 불은 이미 꺼진 지 오래 되었고, 방안으로 찬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잠자리에서 노스님은 돌아누우며 동자에게 나직이 물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지?” 동자는 짐짓 자는 체하고 아무 .. 아동문학 2005.08.31
동화1 꼬마와 문주란 김 재 황 밤이 깊었습니다. 집밖에는 어둠을 때리는 바다의 물결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제주도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고장이어서, 한여름 동안을 질금질금 하늘이 샙니다. 비가 오면 바람이 곁들여 불고, 물결마저 어울려 철썩철썩 춤을 벌입니다. “내일도 가셔야 돼요?” 아이가 .. 아동문학 200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