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안고 살아온 북한산! 중학교 때였는데, 한겨울에 북한산을 올랐다. 춥기도 했지만 제대로 먹지도 못하여 탈진한 상태로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하산했는데, 그만 길을 잃었다. 그래서 이리 저리로 헤매다가 초가 한 채를 발견하고 대문을 두르렸더니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그 할머니는 우리의 행색을 보고 혀를 차며 말씀하셨다.
"어린 학생들이 이게 무슨 일이람."
할머니는 우리를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셨고, '있는 게 이것뿐이라시며' 기진맥진한 우리에게 구수한 '눌은밥'을 한 공기씩 주셨다. 우리는 그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려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후에 그 할머니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여 그 곳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그 북한산이 멀리 보인다. 가까운 날에 시간을 내어 북한산을 올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