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08) 나폴레옹의 마렝고 전투

시조시인 2008. 12. 14. 20:13

(108)

   오스트리아 군대는 ‘이 때다!’하고 와락 밀어닥쳤습니다. 창황망조한 프랑스 병사들은, 적의 기세에 눌려서 일패도지로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창황망조’(蒼黃罔措)는 ‘너무 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을 나타내고, ‘일패도지’(一敗塗地)는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됨’을 가리킵니다.

질풍경초와 같은 나폴레옹도, 그 때만큼은 망무두서에 빠져서 ‘이 싸움은 졌다’하고 생각했습니다. ‘질풍경초’(疾風勁草)는 ‘몹시 센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억센 풀’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뜻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며, ‘망무두서’(茫無頭緖)는 ‘정신이 아득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말합니다.

병법에서 말하기를, 장수에게는 다섯 가지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첫째로 ‘필사적인 성격을 가진 장수는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다.’이고, 둘째로 ‘기어코 살아야 하겠다고 집념을 갖는 장수는 사로잡힐 가능성이 있다.’이며, 셋째로 ‘성을 잘 내고 참을성이 없는 장수는 계략적인 모멸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입니다. 그리고 넷째로 ‘지나친 결벽을 지닌 장수는 적의 계략적인 모함에 의하여 탐욕스럽다는 모욕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이며, 다섯째로 ‘지나치게 백성을 사랑하는 장수는 적이 계략적으로 백성을 괴롭히는 일을 당하여 번거로워질 가능성이 있다.’입니다. 이로써 장수 하나로 인하여 자기가 이끄는 군대를 패배하게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이 죽게도 됩니다. 그렇다면, 나폴레옹은 위의 다섯 가지 중에 어디에 해당되는지,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프랑스 병사들이 차전차주할 때였습니다. ‘차전차주’(且戰且走)는 ‘한편으로는 싸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달아남’을 이릅니다. 뜻하지 않게 뒤쪽에서 요란한 대포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너무나 반갑게도, 드제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가 나폴레옹을 도우려고 달려온 겁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몹시 어려운 경우에 닥치더라도 살아나갈 방도가 생김’을 이르는 말입니다.

드제 장군이 지휘하는 군대는, 오스트리아 군대의 왼편을 힘껏 때렸습니다. 이에 놀란 적들은, 망지소조하게 되었습니다. ‘망지소조’(罔知所措)는 ‘갈팡질팡 어찌할 바를 모름’을 나타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황황망조’(遑遑罔措)가 있지요. 이는, ‘마음이 급하여 허둥지둥하며 어찌할 줄 모름’을 가리킵니다. 나폴레옹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목이 쉬도록 소리 높이 외쳤습니다.

“자, 프랑스 병사들이여, 앞으로, 앞으로!”

그러자, 지금까지 밀리고만 있던 프랑스 군대는, 다시 용기를 되찾아서 적군을 향하여 질풍처럼 돌진했습니다. 그 모양은, 산이라도 무너뜨릴 기세였지요.

그래서 그토록 철옹성 같았던 오스트리아 군대를 항복시키고야 말았습니다. ‘철옹성’(鐵瓮城)은 ‘무쇠로 만든 독처럼 튼튼히 쌓은 산성’이라는 뜻으로 ‘매우 튼튼히 둘러싼 것이나 그러한 상태’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그 원말은 ‘철옹산성’(鐵瓮山城)이지요.(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