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09)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시조시인 2008. 12. 15. 20:03

(109)

   이렇게 되어, 나폴레옹은 청사에 길이 빛날 또 한 번의 전공을 세웠습니다. ‘청사’(靑史)는 ‘역사의 기록’을 말합니다. 종이가 없었던 그 옛날에, 중국에서는 대나무를 여러 쪽으로 가른 조각에 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 대나무가 ‘푸른 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쓴 역사를 가리켜서 ‘청사’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말에서 내린 나폴레옹이 울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전쟁터는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치열하였던 전투일수록 일단 싸움이 끝난 후의 광경은 너무 끔찍합니다. 그 곳 또한, 좀 말을 부풀려서 시산혈해를 이루었을 듯합니다. ‘시산혈해’(屍山血海)는 ‘사람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바다를 이룬다.’는 뜻으로 ‘수많은 목숨이 무참히 살상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나폴레옹 앞에는 많은 시체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드제 장군도 쓰러져 있었습니다. ‘루이 드제’ 장군은 용감한 군인이었습니다. 여러 장군들 중에서 나폴레옹과 장두상련하는 사이로, 이집트를 공격할 때에도 두 사람이 함께 갔습니다. ‘장두상련’(腸肚相連)은 ‘창자가 서로 잇닿아 있다.’는 뜻으로 ‘배짱이 서로 잘 맞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나폴레옹은 간담상조하는 친구로서 드제 장군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간담상조(肝膽相照)하다.’는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가까이 사귀다.’를 가리킵니다. 그처럼 믿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버린 겁니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독불장군’(獨不將軍)은 ‘무슨 일이나 자기 혼자서 처리하여 나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 반면에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으니, 남과 협조해야 한다.’는 뜻도 지니고 있지요. 물론,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지 못하여 외롭게 된 사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프랑스 영웅이 사라졌다. 나는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나폴레옹은 막역지우를 잃은 슬픔을 억제하지 아니하고 여실일비의 아픔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막역지우’(莫逆之友)는 ‘아주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를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 ‘회심지우’(會心之友)가 있습니다. 이는, ‘마음에 맞는 벗’을 말합니다. 그리고 ‘여실일비’(輿失一臂)는 ‘한쪽 팔을 잃었다.’는 뜻으로 ‘가장 믿고 힘이 되는 사람을 잃은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중인환시하고 있는 가운데, 장군의 체면을 모두 벗어 던지고 눈물을 흘리는 나폴레옹 모습에서 우리는 참다운 인간미를 느끼게 됩니다. ‘중인환시’(衆人環視)는 ‘뭇 사람이 에워싸고 봄’을 이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만목소시’(萬目所視)가 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이 다같이 지켜보는 바.’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체면’(體面)은 ‘남볼썽’ 또는 ‘낯’을 가리킵니다.

 진실로 생각하여 보면, 장군이 전쟁터에서 맞는 죽음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이제는 드제 장군도 유방백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방백세’(流芳百世)는 ‘꽃다운 그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함’을 말합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