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시조
남한산성 길을 걸으며
김 재 황
여기를 얼마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인가
까마득한 그 기억은 나무 뒤에 숨었지만
눈 뜨고 산길 오르는 내 발걸음 시리다.
성벽은 둥그렇게 옛 얘기를 가뒀으나
한결같이 네 성문은 이끼 푸른 입을 열고
올 일이 지난 일보다 무겁다고 말한다.
바람이 갑옷 입고 귀를 여는 수어장대
머뭇머뭇 깃발 앞을 먼 북소리 지나는데
저 아래 도시 한복판 내 그림자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