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더 걸어가니 여기에 팻말이 또 나타난다. 아무래도 이유가 있을 성싶다. 3갈래 길이다. 앞에는 관악산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 씌어 있는 게시판도 세워져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세웠다고 한다.
왼쪽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곳을 표지판이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오른쪽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연주대'이다. 그 곳에서 20분 정도를 걸어가면 도착된다고 씌어 있다. 그러나 그 지형이 아주 험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줄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 체력이 약한 사람은 그쪽으로 안 가는 게 좋다.
정확히 이 곳의 이름은 '삼거리'이다. 표지판에는, 연주암까지 4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다. 나는 이 길을 택하였다. 길이 좀 멀더라도 안전한 게 좋으리라. 짐작컨대 연주암이 그리 멀지 않은 것같다.
바로 잎에서 말한 팻말이다. 오른쪽에서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니 관악산의 동쪽으로 가는 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부터는 동쪽 산등성이를 타고 남진한다.
아, 지도를 보니 그 남쪽이 모두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란다. 그 쪽은 안양으로 향한 곳이다. 작년에 안양으로 가서 수목원을 탐방한 적이 있다. 방문자는 반드시 접수를 하고 숲 해설가와 동행하여야 한다. 마음대로 다니며 나무를 둘러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과잉 보호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도 숲을 찾을 정도라면 어느 수준 이상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지식도 숲 해설가를 능가하는 사람이 많다.
더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길을 따라가니, 또 험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그래 얼마나 험한가 어디 보자! 배짱이 생겼다. 그 길을 씩씩하게 걸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평평한 길이 되었다. 이제는 좀 느긋하게 걷는다. 앞의 두 등산객은 무엇을 저리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신갈나무가 나를 반긴다. 아, 그 아래에 노간주나무가 있었구나. 노간주나무는 관악산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나는 이 노간주나무를 좋아한다. 이 노간주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 즉, 암수딴그루 식물이다. 특히 석회암 지대에서 잘 자란다.
이번에는 밑으로 내려가는 바윗길이다. 조심조심 내려간다.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 왜냐하면, 연주암은 위에 있으니까. 앞의 등산객들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잘도 내려간다.
나는 숨이 가쁘다. 카메라도 떨린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어찌 길인들 성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바위들이 드러났을 듯싶다. 어쩌면 산을 위해, 다행한 일일 터이다. 어느 등산객은 맨발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게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 건강에는 좋을지 몰라도, 발이 큰 고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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