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사지를 조금 더 둘러보았다. 반듯반듯한 주춧돌이 나타나 있다. 이 곳에 절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을까? 나는 빈 몸으로 올라오기에도 그리 힘이 들었는데---.
절을 지으려면 그 곳에 무엇보다도 꼭 있어야 하는 게 우물이다. 마실 물이 없으면 모든 게 허사이다. 그래서 우물을 팠을 터이다. 싯다르타는 하루에 곡식 한 알로 연명하며 참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실 물이 없었다면 어찌 견딜 수 있었겠는가.
관악사지 우물 모습이다. 돌로 쌓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정성이 가득하다. 지금도 이 우물 안에서는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여기에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간은 1시 30분쯤 되었을까. 사온 김밥 한 덩어리를 먹고 오이 한 개를 곁들이어 먹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전방을 향해 사진 한 장 찰칵!
관악사지의 넓은 대지가 보인다. 석축도 잘 쌓았다. 이런 장소는 잘 보존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는 귀한 학습장이다.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부부인 듯싶은 남녀의 모습이 정겹다.
관악사지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는 팻말이다. 관악사의 한 스님이 호랑이 가죽을 나라에 바쳤다니--그럼 관악산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게 아닌가. 1500년경이라니, 500년 전의 이야기이다.
돌계단이 아주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나를 부른다. 이왕 왔으니 조금 더 둘러보고 가야 하겠다. 그런데 이 곳을 제대로 보존하려면 사람의 통행을 통제할 필요가 있을 성싶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시작하면 금방 모든 게 무너진다.
여기는 가지구 법당지이다. 앞에서는 나지구 법당지의 팻말을 선보였다. 이 곳에는 모두 3곳의 법당지가 있다. 그러나 나는 한 곳의 사진을 생략했다. 그게 그거 같아서이다.
아름다운 담을 둘러 놓았으나, 잘 손질은 되어 있지 않다. 자꾸 바위 위의 우거진 숲으로 눈길이 간다. 역시 산이라면 나무가 우거져 있어야 한다.
이제는 연주암을 향해 다시 발길을 옮기려고 한다. 연주암으로 가려면 이 나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바라보니 꽤나 길고 길다. 그리 만만해 보이지가 않는다.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계단을 오르는데, 발이 무겁기 그지없다.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발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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