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그렇지 앞에서 길을 내려왔으니 지금부터는 다시 길을 올라가야 한다. 등산객들이 줄줄이 길을 오른다. 그리 길게 오르지는 않는 것 같다. 바로 조금 앞이 능선이다.
작은 능선을 넘고 다시 그리 높지 않은 바위 언덕을 오른다. 제법 나무가 하늘을 막고 있다. 한여름에는 등산객이 크게 고마워할 게다. 이 고개만 넘는다면 무언가 눈앞에 나타나겠지.
걸어가다가 동쪽을 바라본다.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바로 과천이다. 나도 2번인가 그 곳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아주 층계가 많았고 약수터도 여럿 있고 숲길이 마음에 들었다.
신갈나무가 새 잎을 내보인다. 참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신갈나무는 제대로 자라면 키가 30미터에 이른다. 잎이 가지끝에서 모여나기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긋난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극동 아시아와 중국에 분포한다.
아래에 무엇인가 있는 성싶은 느낌이 든다. 돌로 도랑을 잘 손질해 놓았다. 그러니 그만큼 중요한 지역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제부터는 잘 살펴보아야 하겠다.
등산객들이 아래로 기울어진 길을 부지런히 내려가고 있다. 나도 급하게 걷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숨이 가빴기 때문인지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급할 때일수록 서두르면 안 된다. 나도 출발이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넓은 터가 나타나고, 그 앞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지만 별다른 건 없고, 오른쪽 아래에 무슨 글자가 있는 듯하였는데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모되어 있다. 어쩌면 내가 한자를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세한 팻말이 세워져 있다.
표지판을 보니, 하단부에 '극신'과 '두현'이라는 글자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보아도 그 두 글자는 아닌 듯싶었다.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냐. 옛 '관악사'가 있던 터라는 것만 알면 된다.
아래에 있는 글자를 내가 찍어 왔다. 마모되어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지만 설명되어 있는 글자가 아니라는 것만은 식별할 수 있다. 알아보니, '번면희성'(煩眠熙性)이다. 즉, '번뇌는 재우고 본성은 밝힌다.'라는 뜻이다.
관악사의 나지구 법당지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는 팻말이다. 여기에는 절의 평면도와 단면도에 대한 그림도 곁들이어 있다. 이 절은 18세기까지 존속되었다고 한다. 이 절이 세워져 있던 이 계곡을 자하계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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