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이시환 시인의 '명상법'을 읽고

시조시인 2013. 5. 9. 04:14

독후감

이시환 시인의 명상법을 읽고

 

김 재 황

 

이시환 시인에게 받은 239쪽 분량의 명상법이란 제목의 책을 조용한 시간에 서재에서 가슴을 여미고 일독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내용과 집필은 명상을 통한 탐구로 이루어졌다고 여겨진다. 그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명상을 이렇듯 깊고도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데 대하여 고마움을 전한다.

책을 읽어 나가며 나는 수없이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거렸을 뿐만 아니라 옳거니!’라며 무릎을 쳤다. 많은 부분에 동감한다. 그러나 간혹 머리를 갸웃거릴 때가 전혀 없지 않았다.

우리 삶에서 우리는 때문에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이곤 한다. 말하자면 이 주인이고 마음은 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아플 때를 생각해 보면, ‘마음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린다. 그러므로 내 생각에 명상이란, ‘몸을 잠시 잊고 마음이 홀로서기를 하는 것을 이르는 게 아닐까 한다. ‘호흡법이나 자세장소나 시간등은 모두 몸을 편안하게 하여 몸을 잊도록 만드는 방법들이다. 그런데 이 책 77쪽에는 고행이 나온다. ‘고행은 오히려 잊었던 몸을 깨우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몸이 깨어나면 마음은 홀로 설 수 없다.

우리 마음이란 그야말로 자유롭다. 어린아이마냥 천방지축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래서 명상을 하려면 화두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화두, 마음을 한 곳에 묶어 두는 말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명상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무념무상의 상태로 들어가야 한다. 이 상태를 중용(中庸)에서는 ’()이라고 했다. , 중용 첫 장인 천명장에는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희노애락지미발 위지중)이란 글이 나온다. ,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을 ’(한가운데)이라고 한다는 말이다. 바로 이를 가리켜서 감정 제어라고 말하는 성싶다. 이는 36쪽에 나온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생각을 일으키면 자연스럽게 희로애락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서는 감정 억제를 하면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다만, ‘감정의 객관화가 필요할 뿐이다. 다시 중용을 보면 發而皆中節 謂之和’(발이개중절 위지화)라는 말도 나온다. , 그것(희로애락)이 나타나서 상황의 절도에 들어맞는 것을 ’(알맞음)라고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감정 억제는 한쪽에 치우치는 결과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정말이지, 우리는 평소에 기쁨이나 노여움이나 슬픔이나 즐거움 등이 아주 주관적이다. 자기와 관련지어 그것들이 발현된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명상에서는 그것들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발현되어야 한다. 그런 순수함이 전제되어야 올바른 생각을 이끌어 낼 수가 있다. ‘감정 억제는 그런 면에서 순수하지 못하다.

책의 82쪽에서 100쪽까지 명상이 필요할 때가 기술되어 있다. 여기에 기술된 여러 가지 경우는 반드시 의 상태가 필요하다. 모든 감정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될 때, 비로소 욕심을 버릴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나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말을 바꾸어서 우리가 을 지니지 않았다면 무슨 걱정이 생기겠는가. 그래서 공자는, 가장 가슴에 담아 두어야 할 글자 하나는 바로 ’()라고 했다. 야말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여기라.’라는 바로 그 말이다.

이 책 끝 부분에 기술되어 있는 아포리즘은 과연 압권이다. 일순간 숨이 멎는다. 이는 명상에서 낚아 올린, 펄떡펄떡 살아 있는 물고기와 같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시환 시인이 명상에 대한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로 명상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명상이 자기 자신을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고 명상에 들어야 한다. 그러면 그 나머지 소소한 이로움까지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특히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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