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표 시집 ‘꿈의 블루스’를 읽고
김 재 황
며칠 전에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모임에 나갔다가 그 곳에서 최윤표 시인으로부터 시집 ‘꿈의 블루스’를 증정 받았다. 최 시인은 이 시집을 나에게 전하며 ‘조국평화통일현대시조집’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집에 돌아온 후에 조용한 시간을 택하여 가슴을 여미고 일독하였다. 금강산을 직접 가서 살펴보고 쓴 작품들과 북한의 압록강이라든가 백두산이라든가 대동강을 소재로 한 작품들, 그리고 무궁화와 태극기 등을 노래한 작품 등이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 중에 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탐라국 시름 젖어 갈대꽃은 울부짖고
절부암 넋두리는 정방폭포 변한 눈물
한라산 저 백록담은 백두천지 부른다.
-작품 ‘탐라국’ 중 첫 수
나는 이북을 가보지 못하였으니 금강산에 큰 느낌을 얻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통일도 지금은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언젠가는 통일이 되고 또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제주도는 다르다. 나의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에 10년 동안이나 그 곳에서 귤밭을 가꾸며 살았다. 그러니 어찌 느낌이 크지 않겠는가.
내가 살았던 곳이 서귀포인데, 내 농장 북쪽으로 미악산이 솟아 있다. 작품에는 갈대꽃이라고 했으나, 그곳에는 억새꽃이 그야말로 울부짖듯 피어나곤 했다. 정방폭포도 서귀포에 있다. 나는 외로울 적이면 종종 그곳을 찾았다. 한여름에 그 폭포 소리를 듣고 서 있으면 얼마나 몸과 마음이 시원했던지 ---, 눈을 감으면 그 물소리가 들리는 성싶다. 백록담은 늘 가슴에 안고 살았다. 10년은 되었나? 백두산을 올라갔는데, 짙은 안개가 잠간 걷힐 때에 그 물빛을 겨우 볼 수 있었다. 백록담만큼 가슴에 안기지 않았다.
시인이 작품을 쓰는 이유는,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삶의 길을 닦기 위함이다. 다시 말하면, 작품은 시인이 길을 가는 방편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작품은 시인의 목표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시인은 그저 항상 시심을 지니고 시를 짓는다. 그게 시인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시는 순수하고 순결하다. 그 시의 순수함과 순결함은 알 수 있는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그들만이 그 시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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