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귀한 수필집을 받고 소중히 가지고 와서 조용한 시간을 택하여 가슴을 여미고 일독했습니다.
-최근 글 쓰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 단어가 있으니 '말빚'이라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면서 유언으로 남긴 이 말은 글을 쓴다는 것이 이 세상의
하나의 빚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긴 어차피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남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고, 그러고 보면 말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니, 빚이 될 수 있을 것임은 당연한 이치이다.- <작품 '말빚' 중에서>
크게 공감합니다. 내가 하는 말을 들어 주거나 내가 쓴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의 그 큰 공덕을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내가 말을 할 수 있고, 읽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내가 글을 쓸 수 있으니, 얼마나 그 사람들이 고맙겠습니까? 그 고마움은 반드시 내가
더 좋은 말과 더 좋은 글로 갚아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친구가 인도에 간 적이 있는데, 여비가 떨어졌을 때에 길가에 모자를 벗어 놓고
있으니 길을 가던 사람들이 그 모자에 돈을 놓고 가더라고 했지요. 그곳에서는 베풀 수 있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돈을 받는 사람이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돈을 놓고
가는 사람이 고마워한다는 말이었지요.
그 밖에도 이 수필집에는 '나를 찾기'나 '더불어 사는 사회' 및 '글을 쓰는 기쁨' 등에 대한
여러 작품들이 나를 돌이켜보게 하며 앞으로 어떻게 내 길을 걸어가야 할지를 마음먹게
만듭니다.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변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김 재 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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