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전나무에서 깃을 다듬는 백조
김재황(상황문학 문인회 회장)
오수애 시인은 스페인에 산다. 그 먼 나라에 가서 살지만, 누구보다도 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의 글로 그 마음을 노래한다.
그런데 참으로 기쁘게도, 오수애 시인이 작품집을 펴내고자 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그리고 아울러 그 작품집에 대한 글을 나에게 부탁했다. 보내온 작품들을, 나는 조용한 시간을 택하여 가슴을 여미고 일독했다. 작품마다 아름답고 향기로웠다. 한 마디로, 오수애 시인은 ‘이국에서 깃을 다듬는 백조’라고 여겨졌다. 그 아름다운 마음이 언제든지 이 땅으로 날아올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흰 눈 내린 마당에
세 발가락 산새 발자국
종종종 모이 찾던 가벼운 몸이
어디 갔을까.
살을 에는 삭풍에도 자유로워라.
전나무 꼭대기에 깃을 고르며
포르르 날아가는
두 마리 산새.
-작품 ‘산새’ 전문
이 작품에서 먼저, ‘흰 눈 내린 마당’을 생각한다. 이는 ‘고국’을 가리키는 성싶다. 그리움이 가득한 ‘고국’은 언제나 흰 빛이다. 그냥 ‘흰 빛’이 아니라, 보석처럼 반짝이는 ‘흰 눈 내린 빛’이다. 그리고 ‘마당’이 더없는 정감을 이끌어 낸다. 이 ‘마당’에는, 마음껏 뛰놀던 ‘유년 시절’이 담기어 있다. 그게 더 나아가서 ‘세 발가락 산새 발자국’으로 클로즈업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세 발가락’은 ‘세 자매’이거나 ‘할머니와 어머니와 나’로 이어지는 삼대일 듯도 하다.
3행과 4행이 나의 이 생각을 뒷받침해 준다. ‘종종종 모이 찾던’에서 나는 ‘어린 새’를 생각하게 된다. ‘어린 새’의 몸은 가볍다. 그렇듯 아무 걱정이 없으니 그 몸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유롭다. 이 모두가 그리움의 빛깔이다. 물론, ‘살을 에는 삭풍’은 각박한 ‘현실’이다.
그 다음 행의 ‘전나무 꼭대기에서 깃을 고르며’는, 오수애 시인의 모습이 분명하다. ‘전나무’는 늘푸른나무이기에 ‘희망’을 가리킨다. 그런 반면에, ‘전나무 꼭대기’가 ‘타국에서 모국어를 다듬는 어려운 작업’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수애 시인은 ‘전나무 꼭대기에서 깃을 다듬다가’ 하루에도 수십 번을 이 땅으로 그 마음이 ‘포르르’ 날아온다. 그 모습이 아름답게 한 편의 시로 그려졌다.
그런데 마지막 행에서 ‘두 마리 산새’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대한한국 사람’으로서의 산새 한 마리와 ‘스페인 사람’으로서의 다른 산새 한 마리일 성싶다. 그 어려운 삶을, ‘들새’가 아닌 ‘산새’로 형상화했을 듯싶은 느낌이 든다.
이 외에도, 수필 ‘숭례문 悲感’을 보면, 오수애 시인은 그 몸이야 어디에 가서 살든지 그 정신은 어쩔 수 없는 이 나라 사람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 뜨거운 ‘나라 사랑’이 나에게 전해져 온다.
다른 나라에 가서 살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잊지 않기도 어려울 텐데, 아름다운 작품을 창작하고 그 작품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묶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수애 시인의 이 힘든 작업에 큰 박수를 보내며, 이로써 축하의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향기로운 작품들을 더욱 많이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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