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가토 도루의 ‘한문의 생활력’을 읽고
중국 고전에서 만나는 인생 문제의 명쾌한 해답들
김 재 황
선물 중에 가장 좋은 것이라면, 나는 아무래도 책을 꼽는다. 나는 최근에 이완주 동지로부터 한문에 대한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그 책이 바로 ‘한문의 생활력’인데, 부제로 ‘인생 대부분의 문제는 한문 고전 속에 답이 있다!’라고 달아 놓았다. 즉, 이 책은 ‘가토 도루’라는 히로시마대학의 교수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중국 문화의 세계’라는 과목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쓴 글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유준칠’이 우리말로 옮겨 놓았다.
이 책을 읽어 나가노라면, 한문 고전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물론, 거의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새롭게 짚어본다는 면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본다.
예컨대, ‘남방유락두민, 기두능비, 이이위익, 장효, 환복저체, 오시왕왕득차인야, 출박물지’(南方有落頭民, 其頭能飛, 以耳爲翼, 將曉, 還復著體, 吳時往往得此人也, 出博物志)라는 글이 있다. 이는, ‘남쪽에 낙두민이 있었다. 그들의 머리는 밤이면 몸통에서 떨어져 나와 양쪽 귀를 날개 삼고는 날아다니다가 아침이면 다시 몸통으로 돌아간다. 오나라에서는 이따금 이런 사람들을 붙잡았다고 한다. 박물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라고 풀이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낙두민’(落頭民)이 실제로 존재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에 대해 가토 두루는 이 ‘낙두민’을 ‘명석몽’을 즐기는 민족으로 설명하고 있다. ‘명석몽’(明晰夢)이란, 스스로가 ‘이것은 꿈이지 현실이 아니다’라고 자각하는 꿈의 현대어이다. 그러므로 명석몽 안에서는 왕이 되거나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무엇이든 마음을 먹은 대로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소위 ‘퀼리아’(qualia, 질감)을 맛볼 수 있으니,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참으로 좋은 건강법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그 내용 중에는 특히 문학(詩)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대목도 있다.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는 고대 중국에서 군자가 배워야 할 교양의 6가지 과목이다. 이를 ‘육예’(六藝)라고 하고, 처음의 두 글자인 ‘예악’을 따서 교양을 대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공자는 ‘흥어시, 입어예,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이라고 했다. 이 말은, ‘시로써 일어나고, 예로써 똑바로 서며, 음악으로 완성된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문인으로 좋은 작품을 얻으려면 이공계적 사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중국 고전에서 역설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한문 고전 중에 ‘인개지우용지용, 이막지무용지용야’(人皆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也)라는 장자의 글이 있다. 풀이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다 쓸모가 있는 것의 쓰임새를 알고 있지만, 쓸모가 없는 것의 쓰임새를 아는 사람은 없다.’라는 뜻이다. 이는, 바로 ‘무용(無用)의 용(用)’을 가리킨다. 쓸모가 없는 것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도리어 쓸모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나는, 병원에서 주는 복용약을 생각한다. 그 약에는 가루약이 섞이게 마련인데, 이는 ‘증량제’적인 성격을 지니는 게 많다. 즉, 그 가루약은 먹어서 직접으로 병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적은 분량의 약을 먹을 때의 불편함을 덜어 주고, 많은 약을 먹었으므로 곧 병이 나을 거라는 믿음을 환자에게 심어 준다. 이로써 나는, 이 세상에 ‘무용의 존재는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쓸모가 있다는 확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에는 이처럼 우리의 수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랑하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