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영화감상2

시조시인 2005. 9. 23. 00:12
 

                                               오씨

                                              (원제: INTO THE WEST)


                                                         김 재 황      

 

  어둠이 짙게 깔린 해변을 자유롭게 달리고 있는 백마가 나타난다. 말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모래톱에 묻힌다. 이렇게 처음부터 이 영화는 관객들을 신비한 환상 속으로 이끈다.

 

  파란 물빛이 비치는 밤바다/ 너는 자유의 갈기를 날리며 달린다/ 먼지 하나

날리지 않는/ 어둠 속을 달려서 희망의 언덕에 닿는다/ 그리움은 달빛 같은 것

/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슬픔을 씻으면/ 오, 어머니 그 가슴으로 펼쳐진 바다

/ 바람을 가르며 한달음에 달려와서/ 너는 평화의 임자에게 몸을 맡긴다.

                                    -------- 졸시 ‘바닷가를 달리는 백마’


  백마는 홀로 방황하고 있던 ‘오닝 워드’ 앞에 나타나서 그를 따른다. 그는, 엄마를 잃고 살아가는 외손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더블린으로 향한다. 그의 사위인 ‘파파 라일리’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늘상 술에 젖어서  ‘티토’와 ‘오씨’라고 부르는 두 어린아들과 함께 빈민가 허술한 아파트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다.

  마침내 ‘오닝 워드’가 더블린에 도착해서 외손자들을 찾았을 때,  ‘오씨’를 본 백마는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선다. 그러나 ‘파파 라일리’가 가까이 가려고 하자, 백마는 곁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오씨’는 아무 거리낌없이 백마의 등 위에 올라앉는다. 백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오씨’는 백마를 조종하여 한 떼의 아이들이 말을 타고 노는 곳으로 간다. 거기에서 ‘오씨’는 아무도 뛰어넘으려고 하지 않는 불더미 위를 백마를 타고 훌쩍 뛰어넘어 보인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외할아버지 앞에서 ‘오씨’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제 말이에요. 이름이 뭐죠?”

  “‘티나노그’라고 한단다.”

  “무슨 뜻이지요?”

  “‘영원한 젊음의 땅’이라는 뜻이지.”

  “왜 그렇지요?”

  “바다에 닿은 땅에서 왔으니까.”

  외할아버지인 ‘오닝 워드’는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는 먼 옛날을 더듬듯 이 전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최고 미남 유랑민인 ‘해롤리’한테 공주가 말했단다. 너무 잘 생겨서 늙지 않을 거라고 말야. 그를 바다 건너 영원한 젊음의 땅으로 데려갔지. 천년을 거기에서 살았을 때, 그는 다시 유랑 생활이 하고 싶어졌단다. 그가 돌아가면 죽게 된다고 공주가 그랬지. 그가 천 살이나 되니까 말야. 공주는 그가 슬퍼하는 모양을 차마 볼 수가 없었지. 그에게 말 한 필을 주고는 절대로 말 위에서 내리면 안 된다고 일렀어. 그는 아주 심성이 고왔지.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세상이 변한 걸 알고는 슬퍼했어. 멀리서 사람들이 큰 돌을 옮기는 걸 보았어. 그는 가볍게 옮길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말에서 내릴 수는 없었지. 말을 타고 사람들한테로 가서는 오른손으로 돌을 들었어. 그러자 끔찍한 일이 일어났지. 안장이 부러진 거야. 그는 땅으로 떨어졌지. 최고의 미남은 점점 늙어서 그 머리가 은발로 된 거야. 머리는 허리까지 오고 손톱은 3인치나 되도록 자랐어. 뼈가 허물어지더니 부러져 버렸지. 깜짝 놀라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헤체됐어. 그는 먼지로 변했지.”

  외할아버지인 ‘오닝 워드’는 재 한 줌을 들었다.

  “이 재처럼 말이야.”

 그는 말을 마치자 재를 훅 불었다. ‘오씨’가 묻는다.

  “해체된다는 게 뭐죠?”

  “허물어진다는 거야.”

  “그래도 있어야 되는데……. 공주는 어떻게 생겼죠?”

  “눈을 감아 봐. 고뇌에 찬 여자가 보이지?”

  “예.”

  “아름다운 공주란 그렇게 생겼지.”

  ‘티토’와 ‘오씨’는 백마를 그들의 좁은 아파트에서 기르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급기야는 경찰들이 몰려와서 백마를 빼앗은 다음, 차에 싣고 가 버린다. 그 후에 ‘파파 라일리’가 돈을 마련하여 경찰서로 말을 되찾으러 갔으나, 경찰들은 말을 사업가에게 팔고는 경매했노라고 말한다.

  그렇게 되자, 형 ‘티토’와 천식을 앓는 동생 ‘오씨’는 학교도 안 가고 백마를 찾기에 여념이 없게 된다. 그러다가 백마 ‘티나노그’가 ‘쇼 점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 접하게 된다. 그들 형제는 즉시 달려가서 기회를 보다가, 백마 ‘티나노그’를 타고 경기장 밖으로 도망쳐 나온다.     ‘파파 라일리’는 7년 전만 하여도 유랑민의 가장 젊은 왕이었다. 그 부인인 ‘메리 라일리’가 살아 있을 적엔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어린 아들들이 백마를 타고 도망친 그 날에도, 그는 술에 취해서 자고 있다가, 몰려온 경찰들에게 끌려가서 아이들이 어디에 있느냐고 호된 추궁을 받는다. 그가 글씨를 모른다고 말하자, 경찰은 말을 판다는 동의서에 강제로 그의 손을 끌어다가  서명을 시킨 후에야 그를 풀어 준다.

  마침내 꿈과 환상을 찾아서 아름다운 아일랜드 서부를 달리게 된 ‘티토’와 ‘오씨’. 먼저, 그들은 기차를 몰래 타고 가서 더블린에서 내린다.

  “록키 산맥이다. 가자.”

  물론, 그들 어린 형제는 산딸기도 따먹고, 노숙도 하며, 안장을 판 돈으로 콩 통조림도 사 먹고, 엉겁결에 사냥을 하는 사람들에게 쫓기는가 하면,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점포에 몰래 들어가서 팝콘을 먹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들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오랜 만에 맛보는 자유에 어찌 마음이 즐겁지 않았으랴.

  아버지인 ‘파파 라일리’도 아이들을 찾아서 나서게 되고, 경찰들은 그의 뒤를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아이들도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백마는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앉고 어디론가 계속 달렸다. 이윽고, 백마가 어린 형제를 안내한 곳은, 뜻밖에도 그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어머니 ‘메리 라일리’의 무덤이 아닌가.

  “왜 내 생일이 거기 적혀 있지?”

  “그 날에 엄마가 돌아가셨어.”

  “왜 내 생일날 돌아가셨지? 엄마가 나를 보셨어?”

  “모르겠어.”

  “난 엄마를 본 적이 없어.”

  “어떻게 알아?”

  “엄마가 날 못 보았을 테니까. 사진도 없어.”

  그들 형제가 그 자리를 떠난 후에 아버지와 그 일행이 아이들을 찾아서 그 곳에 도착하고, 거기에서 우연하게도 아이들의 아버지인 ‘파파 라일리’와 외할아버지인 ‘오닝 워드’가 만나게 된다.

  “여기서 무얼 하시는 겁니까?”

  “난 해마다 온다네. 기념으로…….”

  “왜 말이 계속 이 곳으로 돌아오는 거죠?”

  “해로울 것은 없잖나.”

  “좋은 말인가요?”

  “모르겠네.”

  “아이들을 무덤으로 데려왔다구요.”

  “나도 안다네.”

  헬리콥터에 쫓기던 아이들은 바닷가 벼랑 위에 서게 된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바다. 그 모래톱에 몇 사람이 보였다. 그 곳으로 향하다가, 그들이 아버지 일행인 것을 알고는 백마의 발길을 돌리려고 한다.

  “돌아, 티나노그. 아빠가 널 돌려보낼 거야.”

  “그렇게는 안 돼.”

  “도시로 안 갈 거야. 우리는 안 가요, 아빠.”

  “다신 거기로 안 보낼게. 너희들 보고 싶었다.“

  “우리도요.”

  그 때, 추적자들이 망을 가지고 와서 백마를 생포하려고 한다. 모두들 막으려고 하지만 역부족인 듯하다. 그러자 백마는, ‘오씨’를 등에 태운 채,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다.


  손짓하던 파도가 부서진다/ 너는 죽음의 나라 그 안으로/ 사랑에 겨운 몸을

던진다/ 사나운 바다의 몸부림 속에 숨긴/ 부드럽고 순수한 꿈의 날개/ 너는

죽은 이의 마음을 전하듯/ 물 속 깊은 곳까지 손을 내밀어/ 죽음에서 생명을

몸짓으로 구한다/ 깊은 잠에 빠진 사랑을 깨운다.

                                 ---------- 졸시 ‘바다에 뛰어드는 백마’


  물 속으로 따라 들어간 아버지 ‘파파 라일리’가, 축 늘어진 그의 아들 ‘오씨’를 안고 나와서 급히 인공호흡을 시킨다. 한참 만에 깨어난 ‘오씨’가 입을 연다.

  “바다 속에서 봤어요. 엄마를 바다 속에서 봤어요.” 

  그 곳에 온 경찰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말한다.

  “해안에서 모두 철수해. 이 사람들에게 평화를 줘.”

  ‘파파 라일리’는 아내의 그리움을 지우기 위해 사진과 마차를 불살라 버린다. 그가 말했듯이, 목적지를 아는 유랑민은 드물겠지만, 그는 유랑의 길을 다시 떠날 것이다. 백마는 결코 실종되지 않고, 해안의 모래톱을 힘차게 달린다. 마지막 그 장면이 또한 감동적이다. ‘마이크 뉴웰’ 감독, ‘짐 쉐리던’의 각본이 탄탄한 구성을 이룬 가운데, 주연의 ‘가브리엘 번’, 그리고 두 꼬마 ‘루에드리 콘로이’와 ‘샤렌 피츠제랄드’의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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