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성 장편소설 '젊은날의 애가'
역경 속에서도 잃지 않은 정의로움
김재황
누구나 그 삶이 60년쯤 지나고 났을 때에 뒤를
돌아보면, 지난 과거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여겨질 듯싶다. 그렇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질 때가 많다. 그 삶이 조금은 다른 모양으로
보일른지는 몰라도, 누구에게나 파란만장한 시대였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이 소설 역시, 작가 김흥성의 자전적 소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책을 열면 맨처음에 '아바이마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1945년에 함경남도 정평군 신상면에서 훌생했지만, 1952년에
월남하여 '아바이마을'에서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냈다. 그 곳에는 월남한 실향민들이 모여 살았다. 하얀 모래밭과 가물거리는 파도, 그리고
선열처럼 떨어지는 해당화 꽃잎과 먼 바다를 바라보고 섰는 해송들---. 비록 한쪽 끝이 육지와 이어져 있다곤 하지만, 외로움이 깃든 섬과
같다고, 설명되어 있다. 문득, 한 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소설이 인기를 얻게 된다면, 그 곳이 명소가 될 수도 있을
성싶다.
또한, 이 소설에는 이따금 해병대 이야기, 특히 월남전의 실상이 나타난다. 읽어 가다 보면, 전쟁의 그 참혹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이렇듯 리얼리티가 뛰어난 작품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68년, 저자는
청룔부대의 일원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원양어선의 이야기일 듯싶다. 낚싯줄에
걸린 엄청나게 큰 청새치가 창처럼 긴 주둥이와 지느러미를 세우고 물 위에서 펄펄 날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20여 분의 실강이 끝에 놈의 목에
와이어 로프를 걸어서 기중기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니, 그 크기가 어떠하겠는가.
물론, 저자는 '항해사'의 경력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 나오는 묘사가 터무니없는 '픽션'만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보아서 이 소설은 재미있게 짜여져 있다. 정의를 위해
주먹을 휘두르는 내용도 있고, 여인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꽃을 피운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에서 크게 눈여겨본 게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인공 형기와 그 친구인 영호의 변함없는 '우정'이다. 그렇듯 한결같은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는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서일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일단 긍정적이다.
저자의 갖가지 인생 경력이 그 요소를 충족시켜 준다. 게다가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저자 자신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는 매우 정의롭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정의를 지키며 살려는 의지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이는,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슬픔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그 아픔을 숨기고 살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불행한가. 아니다. 정의를 잃은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불행한 사람이다. 특히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도서출판 띠앗, 값 9000원, 전화 02-
454- 0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