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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로 장편소설 '하늘 연인'
재미와 교훈을 겸비한, 중년 필독서
김재황
먼저, 이 소설은 재미있다. 한 번 잡으면 끝장을 넘길 때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이정은 사십대 중반의 유부남이다. 그는 20대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으나, 의료사고로 전과자가 된 후, 의사를 그만두고 시를 쓰며 문학지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부녀인 우경숙을 알게 되어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우경숙 또한 40대 중반의 여인으로, 접근해 오는 이정의 다정다감한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은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그 결과, 우경숙은 아이를 갖게 되고, 자기의 남편을 속인 채 요양원으로 가서 딸을 낳게 된다. 그
때에서야 우경숙은 이정을 증오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으니 어찌하랴. 놀라운 일은, 이렇듯 간단하고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어쩌면 그리도 재미있게 전개할 수 있었느냐 하는 데 있다. 아마도 이는, 이 소설의 구성이 그만큼 튼튼하게 짜여져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듯하다. 또한, 더 나아가서, 배우자 아닌 이성과의 사랑을 한 번쯤은 꿈꾸었을, 40대 중반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대리체험의 즐거움을
안겨 준 것도 한 몫 단단히 하였을 성싶다. 그렇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하여 한 20년 흘렀을 때가 누구에게나
가장 위기의 시기이다. 이 때는 누구나 그 가슴이 잘 마른 가랑잎과 같다. 누군가 그 가슴에 사랑의 불을 그어 대었다 하면, 금시에 뜨거운
불길이 활활 걷잡을 수 없이 붙게 된다. 그 불길은 아무도 끌 수 없다. 그리고 일단 그 불길에 휩싸이고 나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일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되어 있다. 그 사실을 이 소설은 경고한다. 재미는 재미대로 맛보고 교훈은 교훈대로 얻을 수 있는 이
소설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시인으로 되는 이 가을의 독서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다. 특히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문예촌
발행, 값 1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