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소개

가지런한 시조집 '서다3'

시조시인 2022. 1. 2. 13:28

책머리에

 

 

 

 

 

새벽에 일찍이 일어나서 출근을 할 때가 참 좋았다. 사람은 많이 움직여야 건강에 좋은데 요즘은 돌림병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니 몸도 마음도 우울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 말이 요즘처럼 실감날 때가 없었다.

이따금 친구들은 만나서 실없는 소리도 하고 세상일을 놓고 갑론을박도 해야 사는 재미가 있을 터인데, 밖으로 나다니기도 싫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꺼림칙하여 그저 방에서 책이나 읽고 노래나 들으며 지내니 무기력해지기만 한다.

이때 문득 나는 가슴이 찔린다. 공자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자왈, 군거종일 언불급의 호행소혜 난의재(子曰, 羣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위영공 16]

이는 다름 아닌, 공자님이 말씀하시기를 모여 있으면서 하루 내내 말이 옳고 바름에 미치지 않고 자잘한 꾀나 부리기 좋아한다면 참으로 근심스럽다.’라는 뜻이다.

 

무작정으로 여럿이 만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러니 어찌 내 등에 식은땀이 흐르지 않겠는가. 그렇다. 만나되, 말을 조심하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물론, 나도 명색이 시인이니 틈틈이 시조를 짓는다. 그러다가 보니 어느 틈에 그 양이 꽤 모였다. 샘물도 자주 퍼내어야 맑아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얼마큼 작품이 모이면 묶어서 시조집을 펴내야 한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이번 시조집의 제목은 서다3으로 정했다.

이 시조집에는 2019년에 지은 작품이 반은 될 성싶다. 시조집 지혜의 숲에서에 담지 못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반 정도가 2020년에 지은 작품들인데, 때때로 일부러 어둡지 않은 작품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현실이 돌림병으로 무겁고 힘들더라도 밝은 마음을 지니려는 내 처절한 노력이었다고나 할까?

전에도 밝힌 바가 있듯이, 내가 시조를 짓는 것은 수신(修身)’의 방편(方便)이다. 그러니 게으르면 안 된다. 이게 내 본분이니, 내가 존재하려고 한다면 시조를 지어야만 한다. 그러나 안주해서도 안 된다. 끝없이 노력하여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나에게 이 시조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자님의 말씀 하나가 또 생각난다.

 

자왈, 포식종일 무소용심 난의재, 불유박혁자호, 위지유현호이.(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양화 22]

이는 다름 아닌, 공자님이 말씀하시기를 하루 내내 배부르게 먹고 마음 쓰는 바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근심스럽다. 장기나 바둑이라는 게 있지 아니한가. 그런 것이라도 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이 없다면 그처럼 막연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공자님 말씀대로 벗을 찾아가서 장기나 바둑을 둘 수 있다면 그래도 그런 대로 살 만한 세상이다. 그런데 나다니지도 말라고 하니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처음에는 공원이라도 열심히 다녀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도 시들해져 간다. 차츰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진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우울증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생긴다. 이런 상황에 나에게는 시조가 턱 버티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는가. 더욱 품고 아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낙성대 산방에서

                                                                                                                                    녹시 김 재 황

 

차례

 

3책머리에 7차례

 

1부 두물머리 느티나무

19자목련 19수삼나무 20벚꽃 지다 20산수유 꽃 21샘물 21길상사에서 22오아시스 23송암의 족자

24빅토리아 수련 25커피를 마시며 26두물머리 느티나무 27고래 죽다 28에어컨 29보일러 30집시처럼

31인헌정 32어느 가로수 33흐르는 길

 

2부 춤추는 인형

37흰철쭉 37항주 서호에서 38내가 강아지? 38동백, 꽃이 질 때  39가마우지 39아카시아 꽃

40코스모스 길 41펭귄 걸음 42잔치국수 43춤추는 인형 44보라성게 45천둥지기 46기러기 날다

47가을 산에서 48무인도 49사막 꽃 50구절초 51지게 지다

 

3부 보랏빛 향유

55나이 55안 되는 것 56까마귀 솟대 56나목 명상 57잠자리 57술꾼 그 58범종 소리 59겨우살이

60보랏빛 향유 6162장어구이 63층층나무 64관악산 65바다를 안고 66가리비 67수크령

68아내의 생일 69하늘 가까이

 

4부 화살나무 앞에서

73석양 73하나 둘 셋 74풍죽가 74꽃 진 단풍나무 75호수 75하루 76파도 속으로 77장미의 노래

78박주가리 79오미자나무 80한파 경보 81막걸리 82화살나무 앞에서 83토끼섬의 문주란

84팽나무 85산도라지 86대나무 숲 87자갈길

 

5부 우한에서 온 바이러스

91폐사 91티눈 92매미 92산나리 93여름 낮 93오도 94조선소나무 95풍랑 96터널 97언덕

98촛불 99샹그릴 100독버 101우한에서 온 바이러 102무당벌 103포인세티 104코브라

105포장마차

 

6부 두렁에 서다

109연주암 노을 109채석 110110111111지게 112꽃다 113물소 114꽃향기

115두렁에 서 116두렁허 117저녁놀 따 118다람 119품귀 마스 120제비꽃 노래

121별꽃 앞에 122미운 배 123나이의 빛깔

 

7부 까마귀 짖다

127질경 127바랭 128살자니 괴롭 128129내  129두 손녀에 130뉴트리 131가야금 소리

132삿갓 쓴 시 133모종내 134이 풀 노루 135새벽 136까마귀 짖 137138거리 두기

139자전거 타 140141가장 위대한 것

 

8부 비는 내리고

145소나기 설 145흰나 146겨울  146기념사 147시인의  147중절모 148새로운 달타령

149점심 약 150집을 짓 151152비는 내리 153뇌성벽 154근황을 묻기 155연꽃 필 때

156귀뚜라미 노 157도자기 빚 158박꽃 피 159꿀벌이 그립다

 

9부 솔숲 속으로

163보름 163태풍이 수상하 164싹을 틔우 164165흔들의 165약에 대하 166낙성대공원을 돌며

167철쭉 축 168거북 169솔숲 속으 170소태나무 솟 171공원에서 만나 172우산에 대하여

173강의 노 174175달마시 176177코뚜레

 

10부 시골에 살면

181낙성대 여 181고추잠자 182때를 기다리 182달을 마시 183웃음 참 183표고버섯을 보며

184티베탄 마스티 185흰철쭉 앞에 186187도꼬마 188거머 189시골에 살면

190잠자리 이야 191잠자리가 아니라 192193하늘다람 194까옥 까 195머리 깎은 회양목

 

11부 그저 나답게

199늙어도 청춘 199마님이 돌쇠를 200작설차 200갯메꽃 201바보 매미 201퐁당

202수달에게 203비비추 마음 204당부 205그저 나답게 206직박구리 이야기 207고구마

208복날이 오면 209팔순을 앞에 두고 210토끼 이야기 211파문 212다락집 이름 짓다

213인헌각에서

 

12부 책을 읽는 나비

217하지 절기 217육이오 전쟁 칠십 주년에 218백합꽃 218비 그치고 장미 219자진

219시조 하나에 220개꿈 221불이문 222짚방석 223질경이의 삶 224두꺼비 이야기

225나도 자연인 226책을 읽는 나비 227오죽 앞에서 228스텝퍼 229향기에 대하여

230메기의 추억 231허공을 말하다

 

233저자 녹시(綠施) 김재황(金載晃)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