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짓궂게도 “왜 시조가 민족시(民族詩)인가?”라고 묻는 이가 있다. 시조가 이 땅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고 오랜 뿌리가 있다는 점 등을 제쳐 두고라도, 그 이유는 많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윤재근 교수의 글을 빌린다. “현대시는 예유기(銳唯己), 즉 나만(唯己)을 날카롭게 하여(銳) 남달리 의식(意識)하라고 하지만, 본래 시조는 너와 나를 하나로 묶는 흥(興)을 누리게 하여 ‘너와 나’를 ‘우리’가 되게 한다.” 그렇다. 우리 민족은 흥이 많다. 이미 월드컵의 그 흥을 보지 않았는가.
시조 분야에도 전업 시인과 부업 시인이 있다. 전업 시인이라면 어찌 하루인들 시를 짓지 않고 견디겠는가? 그래서 다작(多作)이다. 부업 시인은 절대로 많은 시를 쓸 수 없다. 그래서 과작(寡作)이다. ‘개 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黃毛)되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니 많은 작품을 써야 한다. 시인은 모름지기 시심 속에 늘 머물러야 한다.
강조하되, 시조는 민족시이다. 시(詩)라는 한자는, ‘일정한 법칙에 따라 말로 나타낸 것’을 뜻하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시에서는 무엇보다 ‘말’이 중요하다. 모든 문학 작품이 그렇거니와, 시도 ‘언어’ 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가 없다. 그렇다. 시(詩)는 ‘언어의 예술’이다. 다시 말해서 시는 문자언어인 ‘글’로서 창작되고 있다. 그렇기에 시인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글’에 대하여 꿰뚫고 있어야 한다. 글의 생성뿐만 아니라, 그 활용법과 맞춤법을 소상히 알고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민족을 대표하는 민족시인 시조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논어를 읽다가 공자님의 일상 이야기 중 ‘할부정 불식’(割不正 不食: 반듯하게 썰지 않았으면 먹지 않는다. 향당8)이라는 구절을 만났다. 그 순간 나는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내 눈에 그 글이 ‘작부정 불독’(作不正 不讀: 반듯하게 짓지 않았으면 읽지 않는다.)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지런한 시조’를 지어야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낙성대에서
녹시 김 재 황
차례
책머리에/ 003
제1부 숲속에 앉아서
보름달/ 009 연/ 009 칩거/ 009 국제연합일에/ 014 다스림/ 010 사는 법/ 010
개답다!/ 011 동행의 뜻/ 011 오월 장미/ 012 참꽃 노래/ 013
낮에 보는 등대/ 014 어치 논다/ 015 거위 이야기/ 016 양파에 담긴 사연/ 017
맹꽁이 세레나데/ 018 그림자/ 019 꽃은 아니어도/ 020 숲속에 앉아서/ 021
산을 오르며/ 022 모란 실색/ 023 수박 먹다/ 024
제2부 산길을 거닐다가
찐 가자미/ 027 모두 마스크/ 027 내 근황/ 027 얼굴이 붉은 해여/ 028 독행/ 028 낚시/ 028 여름밤/ 029 숲을 찾다/ 029 토끼와 씀바귀/ 030 멍에/ 031
산길을 거닐다가/ 032 조약돌/ 033 구공탄/ 034 감자 꽃을 보며/ 035
호박과 할머니/ 036 별이 나에게/ 037 돌산을 보며/ 038 낄낄 빠빠/ 039 여름 비/ 040 휴전선을 앞에 두고/ 041 이슬비/ 042
제3부 별에 대하여
산길을 걸으며/ 045 부럽다!/ 045 애기똥풀/ 045 둘레길에서/ 046 난리/ 046
천리/ 046 황금 랑구르/ 047 배지/ 047 오이/ 048 화석/ 049 부고/ 050
싸우는 법/ 051 빨랫줄/ 052 산부추/ 053 외딴 섬/ 054 저울/ 055 안부/ 056
아까시나무/ 057 자살에 대하여/ 058 별에 대하여/ 059 주먹/ 060
제4부 붓꽃이 필 때
메아리/ 063 좋은 길/ 063 어깨동무/ 063 나는 말이다/ 064 쉼터/ 064 손금/ 064 박꽃/ 065 새벽/ 065 그분은/ 066 비석/ 067 입에 대하여/ 068
붓꽃이 필 때/ 069 떡갈나무/ 070 신발을 논하다/ 071 입추 무렵/ 072
삶의 무늬/ 073 가장 좋은 것/ 074 여름 삽화/ 075 별똥별/ 076 동해 이야기/ 077 뜸부기 생각/ 078
제5부 가두고 적시다
빈집/ 081 초롱꽃/ 081 짱구/ 081 현대시조/ 082 오리/ 082 범부채/ 082
트럼펫 불다/ 083 어느 연꽃/ 084 가두고 적시다/ 085 선비라면/ 086
앞니/ 087 큰 밥상/ 088 금붕어/ 089 초대/ 090 방문/ 091 몸보다 마음/ 092
물길/ 093 개미/ 094 부부/ 095 풀피리/ 096
제6부 나비가 되어
들꽃/ 099 금꿩의다리/ 099 거인/ 099 늙은 아내/ 100 무모하게도/ 100
쇠별꽃/ 100 연꽃 피다/ 101 손금은 물길/ 101 전화/ 102 벌레/ 103 시인/ 104 산길/ 105 나비가 되어/ 106 장기 두기/ 107 모성의 산/ 108 호두나무 이야기/ 109 산이 좋다/ 110 개구리에게/ 111 이발소에서/ 112 범종이 되어/ 113
소쩍새 사연/ 114 수도꼭지/ 115
제7부 생일을 맞으며
바둑/ 119 배와 신발/ 119 녹시정/ 119 비/ 120 솔/ 120 어느 까마귀/ 120
명궁/ 121 의자/ 121 고지가 바로 저기/ 122 우울증/ 123 가을 이미지/ 124
생일을 맞으며/ 125 꿈의 꽃/ 126 시월 칸나/ 127 주인과 머슴/ 128 화가 나면/ 129 광장/ 130 복분자/ 131 전원일기/ 132 정치에 대하여/ 133 아주까리/ 134
제8부 바다에 닿다
복중/ 137 봄이면/ 137 늦가을/ 137 값이라면/ 138 속셈/ 138 못/ 138 봉정암/ 139 백록담/ 139 꼬리에 대하여/ 140 눈물/ 141 양파의 노래/ 142
바다에 닿다/ 143 밥상/ 144 까마종이/ 145 크낙새에게/ 146 우리는 식구/ 147
해돋이/ 148 관악산 마당바위/ 149 몽블랑/ 150 ‘길 도’ 자를 말하다/ 151
신축년 입춘/ 152
제9부 터널을 지나며
소곡/ 155 달맞이꽃/ 155 녹차를 따르다/ 155 녹차를 마시다/ 156 죽로차/ 156 작설차/ 156 신작/ 157 빨래/ 157 이월 매화/ 158 뜨개것 ‘판다’/ 159
꽃의 얼굴/ 160 멸치/ 161 덫/ 162 깃발/ 163 빗소리/ 164 이런 무인도/ 165
터널을 지나며/ 166 어서 오늘은/ 167 어쨌든/ 168 메주/ 169 밀짚모자/ 170
제10부 팔랑개비를 보며
품위 유지/ 173 태풍/ 173 바다/ 173 소나기/ 174 연꽃 바람/ 174 마음/ 174
폭우/ 175 백목련/ 175 우산 이미지/ 176 키질/ 177 인공 수분/ 178 소망/ 179
가끔은/ 180 나비에 담다/ 181 시집 받다/ 182 백로/ 183 팔랑개비를 보며/ 184 두부/ 185 아끼다/ 186 접시/ 187 동해/ 188
제11부 서늘한 바람에
밥값/ 191 슬픈 세태/ 191 반딧불이/ 191 바라다/ 192 멸치사 하는 말/ 192 화두/ 192 습관/ 193 못생겼다!/ 193 낮달을 맞다/ 194 전나무 숲/ 195 파문/ 196 우물/ 197 동그라미/ 198 사람/ 199 배스 낚시/ 200 빛/ 201 소/ 202 바위/ 203 별/ 204 서늘한 바람에/ 205 관악산/ 206 목포를 노래하다/ 207
새 에어컨/ 208
저자 녹시 김재황 연보/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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