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노을
김 재 황
고단한 산바람이 옷을 끌며 사라진 후
한낮을 버티다가 모로 눕는 산 그림자
가려운 능선 자락에 솔잎 둥지 만든다.
골짝은 가라앉고 저 먼 땅은 잠기는데
목을 뺀 기러기는 천릿길을 가늠한 듯
하늘에 머문 구름만 얼얼한 뺨 만진다.
할 말을 남겨 두고 떠나가는 발소리들
나른한 눈동자에 호수 하나 담겨 있고
참으면 더 짙게 되는 마음끼리 만난다.
[시작 메모]
500미터에 달하는 골짜기에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하여 청계산(淸溪山)이라는 그 이름을 얻었다. 푸른 산자락은 경치가 뛰어나고 높이는 618 미터이다. 서쪽에 솟은 관악산과 함께 서울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정상은 바위로 둘러싸인 망경대(望京臺)이다. 푸른빛을 띤 용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청룡산’(靑龍山)이라고도 한다. 능선은 남북 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비교적 기울기가 완만하다. 서북쪽 비탈에서 발원한 물이 과천저수지로 흘러든다.
작품 ‘청계산 노을’은 3수(首)로 된 연시조(連時調) 1편(篇)이다. 첫 수를 보면, 초장(初章: 고단한 ~ 사라진 후)에 있어서 각 ‘음보’의 ‘음절’ 수는 ‘3, 4, 4, 4’이다. 그리고 중장(中章: 한낮을 ~ 산 그림자)에 있어서 각 ‘음보’의 ‘음절’ 수도 ‘3, 4, 4, 4’이다. 또, 종장(終章: 가려운 ~ 만든다.)에 있어서 각 ‘음보’의 ‘음절’ 수는 ‘3, 5, 4, 3’이다. 이는, 총 45자이고, 곧 시조의 기본형이다. ‘기본형’이라고 함은, 이와 다른 ‘파격’(破格)의 형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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