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아래에서
김 재 황
흐름을 밟고 가서 굽이 또한 거친 다음
툭 꺾인 물 마디가 쏟아지며 부서질 때
비로소 하늘 소리는 더운 피를 막 쏟네.
긴 솔리 굽게 서서 물바람을 가득 안고
입 시린 물방울에 일곱 꿈이 살짝 피면
목이 튼 우리 가락이 절로 뽑는 시조창.
마음껏 여는 귀엔 거친 맷돌 돌리는 듯
눈 뜨고 둘러보니 둥근 우레 울리는 듯
성내며 더 을러 봐도 어깨춤만 또 으쓱.
[시작 메모]
오래 전의 일이지만, 제주도 서귀포에 살 때 자주 찾던 폭포가 있다. 즉, 서귀포 항구를 끼고 서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나타나는 천지연 폭포다. 물이 떨어지는 모습도 아름다우려니와, 여기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태장어가 살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친 절벽에는 온갖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태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가 하면, 항구의 동쪽에는 그 유명한 정방폭포도 있다. 옛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얻으려고 사람들을 보냈다는 바로 그곳이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내가 처음으로 시조를 배울 때 시조단의 선배들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기본형을 조금 벗어나서 휘청거리는 멋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도 허용되는 범위는 있었다. 즉, 종장 첫 ‘음보’는 3음절이 고정이고 둘째 음보는 5음절에서 1~2 음절을 더하여도 되며 그 외의 각 음보는 1음절을 더하거나 뺌이 허용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총 음절의 수가 기본형에서 2~3자 가감이 허용되도록 했다. 이게 이어지면서 심한 파격(破格)도 생겼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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