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시조

녹색시인 녹색시조(10)

시조시인 2022. 1. 13. 07:40

달맞이꽃 연서

김 재 황


저무는 저 하늘엔 그리움이 담겨 있고
꿈길로 이 냇물은 어서 가자 이끄는데
더위를 식히고 나서 내 연필을 듭니다.

아직은 달도 없이 높게 뜨는 뭉게구름
어디로 가는 건지 서두르는 바람 걸음
낱낱이 보내고 싶은 내 소식을 씁니다.

까맣게 닫힌 밤이 호수처럼 문을 열면
마침내 웃음 물고 동그랗게 뜨는 얼굴
새에게 꼼꼼히 접은 내 편지를 줍니다.


[시작 메모]

 여름이면 줄기 위쪽으로 지름이 2~3 센티미터쯤 되는 황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오륙 개 정도가 모여 피는데, 해가 질 무렵에 피었다가 아침에는 시들어 버리기 때문에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미 칠레가 원산으로 바늘꽃과에 딸린 두해살이풀이다.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이다. 약초로도 쓰는데 생약 이름으로는 ‘월하향’(月下香)이라고 한다. 뿌리와 잎을 약으로 시용하고, 해열과 소염의 효능을 지니는데 기관지염이나 당뇨 및 노화예방에 좋다고 한다.
 시조에는 물처럼 흐르는 내재율(內在律)이 있다. 즉, 흐름(流)이 있고 굽이(曲)가 있으며 마디(節)가 있고 풀림(解)이 있다. 다시 말하면, 시조 1수 중 ‘흐름’은 ‘초장’을 이루고 ‘’굽이‘는 ’중장‘을 이루며 ’마디‘는 ’종장‘의 ’내구‘(內句)를 이루고 ’풀림‘은 ’종장‘의 ’외구‘(外句)를 이룬다. 이를 그려 보면, 샘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게 ‘흐름’이고, 그게 냇물이 되어 굽이치는 게 ‘굽이’이며, 절벽에서 폭포가 되는 게 ‘마디’이고, 떨어져서 소(沼)를 이루는 게 ‘풀림’이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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